[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신림동에 사는 박모씨는 얼마 전 소셜커머스 때문에 큰 낭패를 봤다. 여자친구와의 기념일을 특별히 보내기 위해 소셜커머스를 이용하여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할인 쿠폰을 샀던 박씨는 원하는 날짜에 예약하는 것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쿠폰을 산 사람이 500명이나 되어 예약잡기부터가 어려웠고, 겨우 예약을 해서 가도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가 힘들었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며 좋은 시간을 보내려 했던 애초 계획은 사라지고, 대충 밥만 먹고 나오는 상황에 황당한 기분이었다.
최근 소셜커머스가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아울러 소셜커머스를 통해 홍보효과를 노렸던 업체의 피해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신촌에 위치한 한 피자집은 초기 비용이 들지 않고 효과적인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유명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상품판매를 진행했다. 의외로 많은 수량의 상품이 팔려 만족했으나 곧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해 매장 운영이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됐다.
너무 많은 손님이 한꺼번에 몰려서 직원 인원을 늘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인건비가 배로 들었고, 배달이 밀리다 보니 고객 불만이 폭주하면서 단골손님까지 떠나는 상황이 되자 매장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 것이다.
결국 홍보를 안 하는 것보다 못한 상황이 되어 해당 소셜커머스 업체에 항의를 했지만 업체에서는 상품만 팔고 후속 관리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식의 대응으로만 일관하면서 이씨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미국 그루폰(groupon)의 성공 이후, 국내에도 작년부터 티켓몬스터를 선두로 위메이크프라이스, 쿠팡, 데일리픽 등의 업체들이 생겨나면서부터 소셜커머스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일정한 인원 이상이 구매를 하면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 받는 시스템의 특성상 초기 비용이 크게 들지 않은 장점 때문에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300여 개의 업체가 생겨나면서 각종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는 실태다.
특히 업체들 중 상당수가 소셜커머스만의 특징인 소셜네트워크를 통한 홍보보다는 기존의 오프라인 홍보에 치중하면서 초기 비용이 상승하여 업체에게 과도한 할인율을 요구하거나 불합리한 계약 조건을 거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구나 고객 서비스 및 업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방치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소비자와 업체 양 쪽 모두의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에서 소셜커머스의 본연의 성격을 찾아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소셜커머스 미스터티켓(www.misterticket.co.kr)을 운영하고 있는 유리커뮤니케이션즈 이승수 대표는 "현재 난립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상품 소화량은 생각치 않고 자체 목표치 달성에만 급급하여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피해가 가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단순 1차 구매로만 끝나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지속적 관계유지가 어려워 소셜커머스 존립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소셜커머스 업체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소비자와 공급자의 중간 다리 역할을 확실히 하고 소셜커뮤니티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안승현 미스터티켓 전략이사는 "쿠폰을 팔면 그만이라는 식의 자세가 아니라 전문 서비스 제공 업체로서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 소비자의 지속적 구매 의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는 곧 소비자와 공급업자, 그리고 소셜커머스가 모두 윈윈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