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희한한 일을 다 본다. 서울우유의 '4시간 가격 인상' 소동이다. 서울우유는 이틀 전 3월부터 커피전문점 및 제과ㆍ제빵업체 공급용 우유 값을 최고 65.9%까지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채 4시간도 지나지 않아 스스로 말을 뒤집었다. 서울우유는 "실무부서의 납품가격 의사 타진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정부의 압력 때문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의 물가 억누르기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거의 협박 수준이라고 볼멘소리를 낸다. 대형마트들은 최근 밀가루와 라면 등 주요 생필품의 가격을 1년간 동결하거나 인하한다고 했다. 그 며칠 전에 지식경제부는 대형마트 관계자들에게 "가격인상 자제 요청에 불응하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단계별 유통 흐름 조사, 세무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세무조사를 무기로 기업을 협박한 셈이다.
그뿐 아니다. 공정거래위원장이 유통사 대표들을 만나고 난 뒤에 롯데백화점은 4월부터 입점수수료를 최대 5%포인트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 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재정부장관과 지경부장관, 공정거래위원장까지 나서서 휘발유 값과 통신요금 인하를 압박하고 있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정유사들은 주유소 휘발유 대신 난방용 등유 가격을 낮췄고 통신업계는 요금인하 대신에 청소년용 요금제를 들고 나왔다. 난방철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난방용 기름 값을 내린 데에서 볼 수 있듯이 마지못해 내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세무조사 등 행정력을 내세우면 쉽게 기업의 손목을 비틀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태는 시장질서를 어지럽힐 뿐이다. 당장은 물가를 누르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원자재 값 상승 등 인상 요인이 있는데 언제까지고 누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꺼번에 인상 요인이 반영된다면 더 큰 혼란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값을 내리거나 묶은 대기업들이 언제까지 손해를 감수할지도 의문이다. 부담을 납품업체나 협력업체에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이 우유 값의 환원이나 등유 값 인하 소식에 안도하면서도 정부에는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근본적 처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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