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조선주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의 '셀 코리아'가 이어지면서 지난 연말부터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조선주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사 6개사의 주가는 이달 들어 평균 14.8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4.4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낙폭이 컸다.
지난달 말 63조원에 육박하던 이들 상위 6개사의 시가총액은 17일 종가 기준 53조6500억원으로 감소했다. 10거래일만에 9조3000억원 이상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조선주 낙폭이 컸던 17일 하루에만 1조7000억원이 증발했다.
상위 6개사 중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회사는 삼성중공업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580억원, 462억원어치를 동반 순매도한 탓에 주가가 22.27% 떨어졌다.
2위는 20.9% 하락한 대우조선이다. 대우조선은 외국인 순매도는 79억원에 그쳤지만 기관이 1220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를 가파르게 끌어내렸다.
주가 하락률 3위는 18% 떨어진 STX조선이 차지했고, 현대미포(15.33%), 한진중공업(12.89%), 현대중공업(11.34%)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외국인이 2140억원 이상을 순매도해 조선사 중 외국인 순매도액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상위 6개사 전체 시가총액의 60%를 차지할 만큼 시총규모가 크고 주가가 높은 덕에 다른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하락율을 기록했다. 대신 시총 감소액은 4조1800억원으로 가장 컸다.
18일 오전 9시10분 현재도 조선주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대장주인 현대중공업이 1.05% 떨어진 42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고, STX조선과 현대미포, 한진중공업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은 1%대의 반등을 보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의 조선주 하락에 대해 '차익실현과 투자심리 변화로 인한 과락 현상'으로 진단하며, 단기적으론 약세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광식 LIG증권 애널리스트는 "조선주 낙폭이 큰 이유는 지난해 12월부터의 가파른 주가 상승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많이 오른만큼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 많이 내리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애널리스트는 "원화 강세와 원자재 인상이 펀더멘탈에 부담을 주는 주가 약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이는 국내 조선업체들이 선가 인상으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올해 컨테이너선 발주량이 160만TEU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중 70%를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할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 이달말까지는 주가 약세가 이어지더라도 3월부터는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도 주가 하락 원인을 '지난 12월과 1월의 높은 주가상승으로 인한 차익실현'으로 꼽았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8월부터 외국인이 조선주를 쓸어담기 시작한 이유는 국내 조선사들의 해양플랜트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라며 "최근 수주 실적과 올해 신규수주 전망에 대해 막상 뚜껑을 열자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으로 나타나 차익실현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조선업황의 회복기조는 분명하지만 과거의 최고 호황기에는 못 미칠 것" 이라며 조선주 주가가 당분간 횡보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그는 "다만 현대중공업은 조선부문(상선)과 비조선부문(플랜트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져 있어 타 업체와 차별성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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