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경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집권 뒤 정부 기관들이 '통계적 생명가치(VSL)'를 올려 잡으면서 각종 규제비용이 증가해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지난해 제출한 공기오염 규제안에서 1인당 통계적 생명가치를 910만달러(약 100억원)로 잡았다. 지난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 제시했던 680만달러(약 76억원)에서 30%이상 오른 수치다.
'통계적생명가치'는 근로자의 사망확률을 줄이기 위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나오는 값으로, 정부 정책 입안이나 보험료 산출 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식품의약청(FDA)은 1인당 생명가치를 2008년 500만달러(약 56억원)에서 지난해 790만달러(약 88억원)로 높였다.
교통부는 오바마 정부 들어 1인당 생명가치를 610만달러(약 68억원)로 매겨 부시 정부에서 비용문제로 거부되었던 규제안을 시행하게 됐다.
기업들은 통계적생명가치 상승이 새로운 규제와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행정기관마다 기준 금액이 다른데 대한 지적도 있다.
기업들은 '전복시 차량 지붕 안전도' 문제를 대표적 비용증가 사례로 들고 있다. 교통부는 지난 2005년 차량 지붕 안전 기준 강화안을 제출했으나 당시 부시 행정부는 지붕 강도를 높이는데 드는 비용이 차량전복 사고로 잃는 생명가치보다 높다며 이를 승인하지 않았다.
교통부는 해마다 차량 전복사고로 135명이 숨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신차의 지붕 안전도를 2배 높일 것을 입안했으나, 당시 1인당 생명가치 350만달러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업계가 치러야 할 비용이 135명의 생명가치보다 8억달러 정도 더 많다는 계산이 나오자 44명의 사망을 예방하도록 안전기준을 낮춘 수정안을 제출해야 했다.
오바마 정부 들어 교통부가 1인당 생명가치를 610만 달러로 높이면서, 문제가 됐던 차량 지붕 안전 강화안은 초안대로 135명의 사망을 예방하는 수준으로 수정됐다.
반면 정부기관들이 그동안 물가상승이나 임금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오랫동안 1인당 생명가치를 동결해 왔다는 점도 지적된다.
통계적생명가치 산출 이론의 권위자인 킴 비스쿠시 밴더빌트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 기관들은 그동안 너무 낮은 수치를 유지해 왔다"고 평가했다.
김민경 기자 sky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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