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현대 포니엑셀 첫 진출...누적 판매량 1000만대 눈앞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하면 된다'는 신념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도전의 씨앗을 뿌렸다면 '뚝심 경영'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성공의 열매를 일궈가고 있다. 현대차의 25년 미국 공략은 사실상 현대가의 2대를 잇는 가업(家業)으로 압축된다. 도전과 좌절, 재기와 환희로 점철된 파란만장한 역사. 25년 전 미국 진출에 나섰던 '그저 그런 차'는 어느새 '명품 차'라는 부러움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오는 20일(현지 시각) 미국 진출 25주년을 맞는 현대차그룹은 그러나 내심 담담한 표정이다. 현대차그룹 고위 임원은 "25주년이라고 해서 특별한 행사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늘 하던대로 품질 경영에 주력할 뿐"이라고 말을 아꼈다.
25번째 생일을 맞아 현대차미국법인(HMA)이 조촐한 행사를 진행할 뿐 그룹차원에서는 별다른 일정이 없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내부에서는 그간의 성공에 자만하지 말고 긴장의 끈을 더욱 조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1986년 2월20일 '같은 값으로 신차 두 대를 살 수 있다'는 광고를 앞세운 포니엑셀로 현대차는 미국에 첫발을 내디뎠다. 1967년 현대자동차를 설립한 정 명예회장이 1976년 '포니'로 국산 자동차의 꿈을 실현한지 딱 10년만에 그토록 그리던 꿈의 무대에 선 것이다.
포니엑셀은 첫해 16만8882대 판매에 이어 이듬해 26만3610대를 팔아치우며 '엑셀 신화'를 창조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53만8228대를 판매했으니 그동안 3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기아차(35만6268)를 합치면 성장율은 5배가 넘는다.
25년 간 누적 판매량도 대망의 '1000만대' 달성을 눈앞에 뒀다. 올해 판매량 목표도 101만대로 높여 잡았다. 조용석 국민대 교수(기계자동차 공학부)는 "현대차의 성공적인 미국 진출은 정주영 회장의 '하면된다'는 신념과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의 합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의 키를 잡은 1999년은 현대차의 품질이 성숙해지는 변곡점이었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 진출 초반의 성공과는 달리 정비망 부족과 품질 문제를 드러내며 하락세를 걷고 있었다.
1998년에는 9만1217대를 판매해 연간 10만대 밑으로 실적이 떨어지는 충격도 맛봤다. 정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품질경영'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R&D 센터를 강화하고 생산라인의 품질 제고에 역량을 집중했다.
판매량은 다시 늘었다. 2001년 10만대, 2003년 40만대, 2005년에는 45만대를 넘어섰다. 미국 공략의 선봉에 선 쏘나타는 자동차 전문 조사업체 '스트래티직비전'이 최근 조사한 미 소비자 구매만족도 1위에 올랐다. 미국 브랜드 조사업체 '브랜드키즈'의 자동차 부문 고객 충성도 조사에서도 2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IHS글로벌인사이트 자동차 업계 아론 브래그만 애널리스트 "현대차는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빌 비스닉 에드먼드 자동차 애널리스트도 "(현대차는)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며 현대차의 전력을 높이 샀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품질'을 첫째 화두로 제시했다. 현대차그룹 임원은 "품질경영을 통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도약을 다짐한 것"이라며 미국 진출 25주년의 의미를 평가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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