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매출 2조원대 '물류 공룡'이 첫 탄생했다. 대한통운은 지난해 국내 육상 물류 기업 최초로 매출 2조원의 벽을 깨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성장 정체에 빠진 물류 시장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1위 기업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 확보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달 본격화하는 대한통운 인수·합병(M&A)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데 정부와 산업계 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통운은 지난해 본사 기준 2조9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4.52%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영업이익은 987억원으로 당초 목표였던 1000억원 돌파에는 못 미쳤지만 전년보다 4.43%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무려 946.45% 급증한 68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부실 덩어리'였던 금호렌터카 매각에 따른 중단 사업 손실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타 업종과 비교했을 때 대한통운의 매출 2조원 돌파는 의미부여를 할 만한 '사건'은 아니지만 물류 업계에서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상징성이 크다는 데 의견을 함께 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업계 맏형 격인 대한통운을 중심으로 파이를 키우다보면 산업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이 확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 대한통운은 모회사인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피인수 됐다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올 처지에 놓이는 등 제반 여건이 우호적인 편은 아니다. 이르면 상반기 중으로 새로운 주인을 맞고, 또다시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한다.
업계 전문가는 "대한통운 M&A는 단순한 경제적 논리만이 아닌 산업계에 미칠 직간접적인 영향을 고려해 진행돼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주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물류기업 인증제' 등 물류 업계에서의 글로벌 기업 육성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대한통운 인수 후보군으로는 공식 의사를 밝힌 포스코를 비롯해 직간접적으로 롯데와 CJ가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의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유통 명가인 롯데와 CJ가 대한통운의 일부 사업부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어 물류와 택배 사업 분할 매각설 등 각종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분할 매각보다는 단일 기업으로의 피인수 후 사업부별 개편을 단행하는 것이 최상의 M&A라고 분석한다. 한 전문가는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대한통운을 현 시점에서 쪼갠다면 글로벌 종합 물류 기업 육성이라는 국가 정책에 역행하는 꼴"이라며 "대한통운 내부적으로도 노조의 반발이 거세 진통을 겪는 등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