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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CAO 이사국에 연속 선출..위상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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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해설시리즈28] 국토해양부, 4번 연속 ICAO 이사국 선출


[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한국이 4번 연속 국제민간항공기구(ICAO·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에 선출됐다. ICAO는 3년마다 19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총회를 개최하고 36개 이사국을 선출한다. 임현철 국토해양부 국제항공과장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 나라경제 기고를 통해 "우리나라는 2001년 최초로 이사국 대열에 진입한 이래 2004년, 2007년에 이어 2010년 총회에서도 이사국에 선출됐다"고 밝혔다.

임 과장에 따르면 ICAO의 설립과정을 살펴보면 흥미롭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인류 최초로 동력비행에 성공한 이후 비행사들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이들에게 영공주권 같은 법적 문제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러나 항공기 성능이 향상되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각국은 영공주권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항공기의 안전한 운항과 균형 있는 항공산업의 발전을 위해 국제질서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마침내 1944년 11월 1일 연합국을 중심으로 국제민간항공에 관한 문제를 다룰 회의가 미국 시카고에서 소집됐다. 이 회의에서 채택된 국제민간항공협약에 근거해 ICAO는 UN 산하 특별위원회로 설립됐으며 우리나라는 1952년 12월11일에 가입하게 된다. ICAO 회원국은 현재 190개 국가며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두고 있다.

ICAO는 국제항공운송에 관한 제반 문제를 다루며 여기서 결정된 사항은 항공운송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계 항공운송 8위 규모인 우리나라로는 매우 중요한 국제기구다. ICAO의 최고 의결기관은 총회로 모든 회원국 대표들이 모여 예산 및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주요 결의안을 채택하며 이사국 선거를 치른다. 하지만 실질적 의사결정은 36개 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이뤄진다.


ICAO 이사회는 국제항공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표준과 권고(SARPs·Standards and Recommended Practices)를 의결하고 예산승인 및 사무총장과 사무처 직원선출 등 전반적인 정책을 결정하므로 이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ICAO 이사국은 주요 항공국(Part I, 11개국), 항행시설 기여국(Part II, 12개국), 지역대표국(Part III 13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는 Part III에 속해 있다. Part I, II의 경우 경쟁 없이 선출되지만 Part III는 13석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이번 선거에도 15개 국가가 입후보해 레바논 등 2개국이 낙선했다.


ICAO 이사국 선거의 또 하나 특징은 지역담합 성격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은 지역 민간항공위원회를 중심으로 이사국 후보를 선출하고 타 지역과 선거 협상에 임한다. 때문에 지역기반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불리한 구도다.


정부는 그동안 이사회와 항행위원회에 상정되는 의제들을 분석·검토한 내용을 대표부로 발송해 우리 대표 및 항행위원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총회 의제와 ICAO 현안에 대한 제안서 역시 각국의 지지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한다.


2007년 36회 총회 당시 7건의 제안서를 제출한 데 비해 이번 총회에는 두 배가 넘는 15건의 제안서를 제출했고 내용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특히 '무인항공기 안전계획'(Safety plan for Unmanned Aircraft System in the Republic of Korea)은 이사회에서 국제표준 제정안으로 논의토록 결정되는 등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 ICAO 이사국 선거의 중요성을 인식, 정부는 선거 1년 전인 2009년 12월부터 선거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 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선거 지지교섭 활동을 전개했다. 2010년 1월 외교통상부 재외공관을 통해 우리나라의 항공위상을 설명하고 이사국 연임의 당위성과 지지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외교비망록을 발송함으로써 지지교섭이 시작됐다.


지역 민간항공위원회가 선거의 핵심역할을 함을 감안, 2010년 3월 지진피해가 극심했던 칠레 산티아고에서 개최된 중남미 민간항공위원회(LACAC) 집행위원회에 대표단을 파견해 22개 국가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선거 지지교섭을 벌인 결과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53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프리카 민간항공위원회(AFCAC) 총회와 18개 회원국을 보유한 아랍 민간항공위원회(ACAC) 총회에도 참석해 지역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활발히 전개했다.


각종 ICAO 회의를 주관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사국으로서 지도력을 선보인 것도 선거전략 중 하나였다. 5월 서울에서 열린 제3차 국제항공협력회의에 ICAO 사무총장을 비롯해 5개 이사국 대표가 참석해 세계의 관심을 우리나라로 집중시켰다. 그리고 회의기간 중 아프가니스탄 등 5개국 교통장관, 아프리카·중남미 민간항공위원회 의장 등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지지의사를 이끌어냈다.


이어 자메이카에서 열린 제3차 ICAO 항공협상회의(ICAN) 또한 43개 국가가 참여하는 행사여서 우리나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쳐 참가국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8월 중국 북경에서 개최된 ICAO 법률외교회의에도 대표단을 파견해 우리나라의 지지도를 높여갔다.


또 ICAO 이사국 선출을 위한 투표권한이 수석대표인 교통부장관 또는 항공국장에게 부여되는 점을 고려해 국토해양부 장관 명의의 지지교섭 서한을 189개 국가에 발송했다. 더불어 지역 의사를 주도하는 10개국 대사를 초청해 우리나라가 그동안 국제민간항공 발전을 위해 기여한 바를 장관이 직접 설명하고 지지를 당부했다.


제37차 ICAO 총회에 참석한 우리 대표단의 선거전략은 치밀하면서도 열정적이었다. 우선 선발대가 총회 개회식과 각 분과위원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준비한 제안서를 발표했고 타국의 발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질의했다.


이어 수석대표인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1일 몬트리올에 도착하자마자 ABIS(오스트리아, 벨기에, 아일랜드, 스위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로 구성, ICAO 선거 시 단체행동) 그룹을 대표하는 벨기에가 주최한 리셉션에 참석해 유럽 각국을 상대로 지지교섭을 벌였으며 2일 본회의에서는 국제항공사회 발전을 위한 ICAO의 역할과 우리의 기여방안을 주제로 연설을 했다.


특히 ICAO에서 중점 추진 중인 SAFE 기금(fund for aviation safety) 조성에 우리나라가 적극 참여하겠다는 부분에서 의장과 사무총장 및 각국 대표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 그리고 ICAO 이사회 의장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벨기에 등 5개국 교통장관, 유럽·아프리카·중남미·아랍 민간항공위원회 의장 및 ICAO 사무총장 면담까지 쉴 새 없는 일정을 이어 나갔다.


우리 홍보활동의 정점은 선거 전일 단독 주최한 리셉션이었다. 이사회 후보국들이 회원국 대표들을 초대해 선거지지 요청과 함께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은 오랜 전통으로, 우리나라 리셉션에는 당초 예상한 600여명을 훨씬 넘는 800여명의 내빈이 방문했다. 특히 수석대표의 만찬사에 이어진 전통무용 공연단 연(蓮)의 화려한 무대에 각국 대표단과 ICAO 사무처 직원들은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에 한껏 매료됐다.


드디어 10월5일 오후 2시 Part III 이사국 선거가 시작됐다. 기존 이사국 및 교체수임국 13개국 이외에 2개국이 추가로 나서 총 15개국이 입후보한 Part III 선거에서 레바논, 트리니다드토바고가 탈락하고 13개국이 당선됐다. 대한민국은 총투표 161표 중 141표를 얻어 역대 최고득표를 기록하면서 2001년 처음 이사국으로 진출한 이래 4연임 기록을 달성했다.


이번 ICAO 이사국 4연임으로 우리나라는 항공 선진국으로 위상을 높였고 향후 국제항공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시사점도 얻었다. 이제는 선거 때만 표를 호소하는 지지교섭 방식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프리카·중남미 등 항공 기반이 낙후된 지역을 중심으로 항공전문가 교육지원 등 국제적인 기여를 늘리는 등 국격을 제고해 나가고자 한다.


또 현재 33개국과 체결한 항공자유화 협정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항공사들 간 건전한 경쟁을 유발하고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고 저렴한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항공안전 규정은 ICAO 기준보다 더욱 엄격하게 적용해 항공사고를 사전에 예방함은 물론 안전관련 국제표준 제·개정도 선도해 나갈 것이다.


최근 국제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환경 문제에 적극 대응해 항공기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첨단 기술개발을 지원하되 우리 항공사의 경제적 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현재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항공정책의 내실 있는 추진을 통해 전세계로부터 ICAO를 이끌어가는 모범적인 이사국으로 인정받고 국경의 제한 없이 성장 가능한 항공운송산업을 뒷받침한다면 대한민국은 빠른 시일 내에 세계 일류 항공운송 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황상욱 기자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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