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차 팔고 발전업체 인수, 계열사 상장 등
원천기술 보유 업체에서 대기업으로 인수 후보 확대 점쳐져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두산이 인수·합병(M&A) 시스템을 재가동한다.
지난 2009년 9월 체코 스코다 그룹 계열 발전터빈 원천기술 업체인 스코다 파워를 인수한 후 16개월여 만에 M&A 시장에 재진출하는 것이다.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일환으로 M&A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M&A 재개는 이미 연초부터 예견돼 왔다. 지난해 주력 계열사들이 큰 폭의 실적 성장을 이룬 가운데 지난해 말 삼화왕관을 금비에 매각했고, 올초 두산엔진이 성공적으로 증시에 상장되면서 상당액의 실탄(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그룹 고위 관계자도 “사업에 필요한 매물(기업)이라면 언제든지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해 M&A설을 뒷받침 해왔다.
다만 과거와 같이 초대형 기업을 사는 ‘빅딜’보다는 현재 추진중인 인프라스 지원사업(ISB)이라는 사업 구조 고도화를 위해 원천기술 및 현지시장을 확보한 로컬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스몰딜’에 집중할 전망이다.
첫 물꼬는 두산중공업이 열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은 다음달 오스트리아 AE&E 그룹 채권단과 AE&E 첸나이웍스(AE&E Chennai Works)를 2050만 유로(약 3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첸나이에 위치한 이 회사는 발전설비인 보일러 제조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인도 발전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두산중공업은 이 회사를 인수한 후 현지시장 공략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장비·공작기계와 함께 회사의 3대 포트폴리오 사업군중 하나인 지게차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지난 2010년 3·4분기 기준 두산인프라코어는 지게차 시장 점유율은 52.1%로 2위인 현대중공업(26.4%), 3위인 클라크(21.6%)를 합친 것(48.0%)보다 높다. 누가 인수를 해도 시장 1위로 올라설 수 있으며, 현대중공업이나 클라크가 인수할 경우에는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다. 후발 업체가 인수할 경우 독과점 규제에 걸리기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지게차 사업을 과거 두산DST와 삼화왕관 사업부문, SRS코리아 등 자회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총 7808억원에 매각했을 때 사용했던 방법으로 매각할 것으로 점쳐진다.
당시 두산그룹은 재무적 투자자로 사모투자펀드(PEF)인 미래에셋PEF와 IMM에쿼티와 손을 잡았다. 이를 통해 두산과 PEF는 각각 2800억원, 2700억원을 출자해 DIP홀딩스, 오딘홀딩스라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했다. SPC는 이 돈으로 3개 자회사와 KAI 지분을 각각 51대 49의 비율로 인수했고, 5년간 이들 회사의 주인이 돼 회사의 새주인을 찾게 된다. 이중 삼화왕관은 금비에 매각됐으며, KAI 지분도 올해 채권단의 매각 방침에 맞춰 팔릴 전망이다.
따라서 두산그룹은 지게차 사업을 매각하되 새주인을 찾기 전까지 경영권은 위임을 받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이후 경쟁사에 넘기기 보다는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지게차 사업을 담당했던 인사들이 별도 회사로 독립할 경우 이들에게 경영권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두산그룹은 중국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를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ICC는 중국 굴착기 시장에서 2만2천대를 생산, 판매할 정도로 기술력과 판매망을 갖춘 회사다.
이러한 사업전략은 다음달 있을 두산 경영전략 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예정대로 사업구조를 개편할 경우 두산그룹은 최대 1조원 가까운 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향후 투자를 원할히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두산의 M&A 대상 후보도 원천기술을 보유한 중소형 기업에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형기업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을 전망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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