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한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9일(이하 이집트 현지시간) 가택연금 상태에서도 무바라크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로이터통신, AP통신, 프랑스23 TV등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TV연설을 볼 때 그는 국민들의 요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바라크 체제가 무너질 때까지 시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나이로 70세가 된 엘바라데이(1942년 생) 전 사무총장은 30년간의 무바라크 체제를 붕괴시킬 중심인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거세지자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27일 거주지인 오스트리아 빈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지지자들과 언론에게 “이집트의 역사적인 순간을 국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시위에 참가했던 그는 현재 이집트 정부 당국에게 주거지를 벗어날 수 없다는 명령을 받은 상태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의 장점으로는 국제적 인지도가 가장 먼저 꼽힌다. 엘바라데이는 1997년12월 한스 블릭스 전 총장에 이어 IAEA 사무총장에 당선된 후 2001년과 2005년에 연거푸 당선되며 3선에 성공했다. 2005년에는 IAEA와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국의 정치와 다소 떨어져 있던 그는 2009년 11월 사무총장에서 물러난 후 본격적으로 이집트의 민주화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그는 이집트의 비상계엄법 폐지와 대통령 3선연임 제한 등 개헌을 촉구했다.
구심점이 없었던 이집트의 야당들은 그를 환영했다. 이집트 최대 야권 조직인 무슬림형제단도 그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집트의 민주적 헌법 개정을 전제로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반면 취약한 국내 기반은 그의 최대 약점이다. 그가 귀국한 후 이집트 시민단체인 인권정보 아랍 네트워크의 가말 에이드 대표는 “우리의 리더가 되고 싶다면 우리와 함께 싸워야 한다”면서 “엘바라데이는 트위터나 다른 인터넷 등을 통해서만 우리와 소통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들은 그들 옆에서 누가 피를 흘렸는지 기억할 것”이라면서 “엘바라데이는 부패와 폭력에 맞선 진짜 전투를 지휘할 능력이 없다”고 일침을 놨다.
그러나 무라바크 대통령이 쉽사리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국제적 영향력이 큰 엘바라데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TV는 28일 “엘바라데이는 국제 사회의 이집트 국민들에 대한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의 귀국이 리더십을 대체할 좋은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보도했다.
한편 그는 1962년 카이로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에는 뉴욕대에서 국제법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4년부터 외무부에 들어가 제네바, 뉴욕 등지에서 외교관 생활을 했다. 74년~78년 이집트 외무장관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78년 이집트·이스라엘 간 평화협정 체결에 참여하기도 했다. 1984년 IAEA로 들어가 1997년12월부터 2009년11월까지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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