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호창 기자]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체인 E1이 지난해 영업이익 급감에도 순익은 급증하는 실적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E1은 지난해 매출액 5조4202억원, 영업이익 454억원, 당기순이익 550억원의 영업실적을 거뒀다고 27일 밝혔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은 24.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7.8% 감소해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당기순이익은 2009년에 비해 2000억원 가까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였다.
◆과징금에 울고 웃고 = 이런 특이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E1에 부과한 거액의 과징금 때문이다.
공정위는 2009년 12월 국내 LPG 공급업체 6개사의 가격담합행위를 적발하고 총 668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E1은 이중 1894억원을 부과받았다. 이로 인해 E1의 2009년 영업실적은 당초 50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에서 1402억원의 순손실로 급변했다.
하지만 이런 일시적 손실 덕분에 2010년엔 당기순이익이 급증한 듯 한 착시현상이 생겼고, 결과적으로 이는 영업이익 감소를 가려주는 역할을 했다.
◆영업익 감소, 내수ㆍ수출 동반 부진 탓 = 매출액이 24% 이상 증가했음에도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실망스런 부분이다. 회사 측은 국제 LPG가격이 오르면서 매출이 늘었지만 수출과 석유화학용 이익이 감소한 탓에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밝혔다.
E1 관계자는 "수출 물량은 유지했지만 계약상 문제로 관련 이익이 55% 감소했고, 석유화학용 판매는 LPG 가격 상승으로 업체들이 나프타로 원료를 대체해 이익이 110% 줄었다"고 설명했다.
국제 LPG가격은 2009년 511달러에서 지난해 713달러로 40% 가량 급등했다. E1은 이를 수입해 수출로 되파는 과정에서 단가 상승과 수요예측을 잘못해 가격조건이 불리한 사전계약을 맺었고 이 탓에 수출이익이 절반 이상 줄었다.
석유화학용 판매는 단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화학업체들은 에틸렌 생산의 원료인 나프타의 가격이 높아 대체재로 LPG를 사용했는데 LPG 가격이 오르면서 다시 나프타로 U턴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E1은 지난해 석유화학용 판매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2009년 116억원을 기록했던 이 부문 판매이익이 지난해엔 1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주가도 부진 = 대규모 과징금과 실적 부진 탓에 주가도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1의 주가는 지난해 19.3% 하락했다. 2009년말 6만7800원이던 주가가 1년새 5만4700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21.9% 오른 것을 감안하면 체감하락폭은 40%를 넘는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2100포인트를 넘어서며 국내 증시가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지만 E1의 주가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실적을 발표한 27일 종가는 5만2100원으로 지난 연말대비 5% 가량 하락했다. 28일 오전 9시50분 현재는 전날보다 400원(0.77%) 오른 5만2500원에 거래되며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정호창 기자 ho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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