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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①] 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한여인을 바라본 고흐와 고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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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①] 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한여인을 바라본 고흐와 고갱
▲지누부인, 고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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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승훈 기자] 하나의 대상을 보고도 그 대상을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표현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나한테 어떤 사람이었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지금 나는 상대를 어떤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또 상대에게 나는 어떤 시점에서 비춰지고 있을까? 우리는 미술가 고흐와 고갱의 그림을 보며 이 같은 근본적인 물음과 이치에 새로움을 간직할 수 있다. '미술로 세상과 만나다'는 미술평론가인 박정은씨가 우리와 친근한 미술작품들을 세상의 시선에 맞춰서 풀어가는 코너다. 2011년 문화강국을 꿈꾸는 대한민국 미술에 대한 색다른 평론이 다양하게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편집자주)

똑같은 모델을 놓고 같은 시각 같은 아뜰리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고갱과 고흐의 그림은 완전 다르다.


고흐는 1888년 프랑스남부 아를시에 있는 자신의 아뜰리에로 고갱을 초대 2개월쯤 함께 살았다. 그 사이에 그리게 된 작품 중에 하나가 '지누부인'이다.

작품의 모델 지누부인은 아를린 역전에서 남편과 카페를 운영하는 여인이었다.


고흐와 고갱은 그녀를 모델로 그림을 그렸다. 당시 고갱은 지누부인의 오른쪽 얼굴이 잘 보이는 문 앞에 앉았고, 고흐는 반대로 모델의 왼편이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그림을 그렸다.

[문화단상①] 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한여인을 바라본 고흐와 고갱
▲ 아를르 밤의 카페, 고갱


고갱은 지누부인의 둥근 곡선과 함께 완만한 눈썹, 넓고 둥근 코, 턱까지 동그랗게 표현한 반면 고흐는 각진 눈썹과 뾰족한 코와 턱으로 대부분 모든 선을 날카롭게 지누부인을 묘사했다.


고갱은 지누부인의 초상화를 '아를르의 밤의 카페'로 명명했다. 고갱의 그림에서 지누부인이 앉아 있는 탁자 위에는 책이 아닌 술병이 놓여 있다.


고갱이 그린 지누부인은 카페 탁자위에 앉아 손님들을 곁눈 짓으로 보고 있다. 부인의 뒤에는 고흐가 좋아서 모델로 삼았던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고갱은 이 사람들을 그리면서 경멸하는 느낌을 표현했다.


추후 고갱이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이 그림에 앉아있는 여인들은 창녀라고 언급했다.


창녀들과 술을 마시는 수염이 긴 남자는 바로 고흐가 좋아하는 우체부. 고흐는 우체부가 술을 많이 마신다는걸 알면서도 그의 해박한 지식과 인간성을 존경했기 때문에 거기에 초점을 맞춰서 다정한 아버지로 묘사했다.


반면에 고갱이 그린 우체부는 창녀들과 술을 마시며 잡담이나 하는 술 주정꾼 한량으로 표현됐다.

[문화단상①] 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한여인을 바라본 고흐와 고갱
▲ 미술평론가 박정은


고갱은 보이는 것만 그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상상도 함께 그렸으며, 고흐는 자신이 느껴지고 보여지는 그대로만 그렸다.


이처럼 똑같은 하나의 대상을 보고도 그 대상을 어떤 시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이 난다.


글=박정은(미술평론가/'작은 철학자와 그림이만나면'미술학원장)




강승훈 기자 tarop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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