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문물이 유입된 근대 이후 부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금융 자산과 부동산, 주식의 보유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크고 좋은 집에서 많은 돈과 주식을 보유한 이들을 우리는 흔히 부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화폐나 주식의 보유량, 부동산의 크기에 따라 부자의 기준이 갈린 것은 오래 된 일이 아니다. 상업과 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한 근대 이후부터 화폐가 부의 기준으로 인식됐다. 그렇다면 근대 이전에 부자와 평민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부자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땅이었다. 얼마나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경제적 신분이 나뉘는 셈이다.
혹자는 곡식의 소유 정도에 따라 부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근대 이전 부자의 기준과는 차이가 있다. 곡식의 보유량보다 논밭의 소유 여부에 따라 경제적인 신분이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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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를 뜻하는 우리말 ‘만석꾼’의 뜻을 보면 과거 우리 민족의 부자 판단 기준을 알 수 있다. ‘만석꾼’은 만 섬의 곡식을 가진 부자가 아니라, 곡식 만 섬 가량을 경작할 만한 논밭을 가진 부자를 뜻하는 말이다. 이처럼 과거에는 쌀이나 돈보다 땅이 더 소중했다.
부의 기준이 달라진 이유는 각 시대에 따라 중심 산업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대와 중세시대의 국가 중심 산업은 농업이었다. 땅이 있어야 소출을 낼 수 있는 상황에서 땅은 부를 창출하는 보물창고 역할을 했다. 보물창고가 많다는 것은 더 많은 보물을 저장할 수 있다는 뜻과 맥이 통한다. 땅이 부자의 기준으로 통칭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코노믹리뷰 정백현 기자 jjeo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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