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혹독한 동장군의 방문으로 최악의 전력난을 겪고 있는 18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전력거래소. 그 중에도 심장부에 해당하는 중앙급전소 직원들의 얼굴에서 여유가 엿보였다.
이날 최대 전력사용량은 오전 11시7분께 7254만㎾으로 기록하면서 고비는 넘겼기 때문. 여전히 높지만 7313만7000㎾를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던 17일 정오와 비교하면 확실히 한 풀 꺾였다.
하지만 직원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느껴졌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이번 주 17일부터 21일까지 전력 비상 기간으로 설정했다.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얘기다.
황경식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부장(54)은 “2008년까지 여름철에 최대 전력량의 정점을 찍었는데 2년 전부터 겨울철에 들어 최대 전력량 신기록을 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가장 추운 날인 1월 13일에 6896만㎾를 기록했는데 1년 만에 전력 사용량이 6%에 급증해 어제 7314만㎾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24년째 전력거래소 근무하고 있지만, 전력 수요 때문에 점심을 11시로 앞당긴 건 이번이 처음이죠” 박상은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소 차장(58)은 최근의 ‘전력사용량 경신 행진’을 두고 이렇게 평했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지난 6일부터 최대 전력수요가 모이는 오전 11시로 앞당겼다. 실내온도도 18도로 유지했다. 컴퓨터와 전자설비가 많은 전력거래소 중앙급전실을 제외한 나머지 사무실은 다소 추울 정도였다. 사무실 직원들은 조끼와 겨울철 니트 후드에 잠바까지 껴입은 모습이었다.
“17일 최대 전력수요량 갱신은 사실상 예고된 연평도 사태죠” 조남현 과장(48)은 담담히 말했다. 실시간으로 전력수급업무를 담당하는 그는 “2013년에 신고리 원자력과 신보령 대용량 석탄발전소가 지어지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전력수요가 최대 공급량 사이에서 아슬아슬 하게 왔다 갔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력거래소는 전력 예비력 400만㎾를 저지선으로 삼아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한 수요 입찰제도 그 방법 중 하나다.
이날 오후에 전력 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전력거래소 입찰을 시작했다. 오후 2시 전력 사용 감축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입찰을 받았다. 오후 4시 쌍용양회 영월공장과 현대 제철(주)당진 등 38개 기업이 낙찰 됐다. 이들 기업은 오후 5시부터 5시30분, 6시30분부터 7시까지 전력 사용을 줄였다.
전력거래소 직원들의 바람은 단 하나다. ‘국민들의 스마트한 전기 소비’가 바로 그것이다. 피크 시간대인 오전 10시부터 낮 12시,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난방기 사용을 자제하는 등 '스마트'한 전기 소비가 해달라고 연신 강조했다.
황 부장은 앞으로 최대 전력수요는 7200만㎾ 안쪽에서 왔다갔다할 것으로 예측했다. 황 부장은 "추가 발전소가 건설되는 2013년부터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는 것이 사실이지만, 발전소 추가 건설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과 연결되는 만큼 전기를 아껴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무부처인 지경부가 발표한 에너지 대책에 따라 내주부터는 백화점과 에너지 다소비 건물 441곳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난방온도 제한 조치에 들어간다. 기상청의 일기예보에서 '동장군이 물러갔다'는 소식이 나올 때까지 이들의 비상근무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승미 기자 ask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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