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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시작은 옹달샘, 그 끝은 더넓은 서해바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43초

강원도 태백 새출발 여행-함백산 일출· 한강 발원 검룡소···얼지않는 신선한 정신을 찾아

[여행]시작은 옹달샘, 그 끝은 더넓은 서해바다 한강 발원지인 태백의 검룡소. 여기서 발원한 첫 물이 514km의 긴 여정을 거치며 한강이 돼서 서해로 흘러간다. 검룡소는 9도의 일정한 수온을 유지하고 있어 아무리 추운 날에도 얼어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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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1월1일 아침에 찬물로 세수하면서 먹은 첫마음으로 1년을 산다면ㆍㆍㆍ/첫출근하는 날, 신발끈을 매면서 먹은 마음으로 직장일을 한다면ㆍㆍㆍ/ 개업날의 첫마음으로 손님을 언제고 기쁨으로 맞는다면ㆍㆍㆍ/바다로 향하는 냇물처럼 날마다 새로우며 깊어 지며 넓어진다.'


2011년을 연지도 벌써 10일이 훌쩍 지났다.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듯이 새해에 먹었던 굳은 의지들이 조금은 풀어질 시기다. 하지만 정채봉 시인이 노래한 '첫마음'처럼 1년을 시작할때 약속한 일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마음을 다 잡을때다.

한 해의 첫마음인 1월을 어떻게 보내는냐에 따라 2011년은 좀 더 나은 날이 기다리고 소망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첫마음'이 가장 잘 어울리는 여행지로 신령스런 기운이 서려있는 강원도 태백은 어떨까.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과 '크게 밝다'는 뜻의 함백산의 장엄한 일출, 한강의 유장한 물줄기가 처음 시작된 검룡소, 그리고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 등 첫마음을 느껴보기엔 이보다 더한 곳은 없을 것이다.

[여행]시작은 옹달샘, 그 끝은 더넓은 서해바다


#1 함백산-백두대간에 불끈 솟는 해돋이 장관
태백산 해돋이는 첫마음을 기억하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손발이 곱을 정도로 매서운 추위에 일출을 보러 새벽 산길을 왕복 4시간 동안 걷는 일이 엄두가 나지않는다. 이때 선택할 수 있는 곳이 함백산이다. 태백 일원을 둘러친 함백산(1573m)은 높이가 태백산(1567m)보다 6m 더 높지만 1시간이면 오를 수 있어 좀 더 편하게 일출을 만날 수 있다.


함백산가는길은 오투리조트 입구에서 대한체육회태백선수촌을 거쳐 함백산 삼거리까지 이어지는 3㎞ 길이의 도로에서 시작된다.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이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도로 아래로 웅혼한 기상의 설산이 수묵화로 변해 동해로 뻗어나간다.


자동차로 오르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1330m)가기전 등산로 입구. 차 한 대가 지날 만한 포장도로가 산등성으로 이어진다. 함백산 정상 바로 밑에 들어선 무선기지까지 이어진 길이다.

[여행]시작은 옹달샘, 그 끝은 더넓은 서해바다


도로를 따라 오를 수도 있지만 숲 속 등산로로 들어선다. 대간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숲 속은 아직도 눈투성이다. 길을 벗어나면 무릎까지 푹 빠진다. 그러나 다져진 등산로는 걷기에 편하다.


능선을 향해 오른쪽으로 틀자 숲 밖으로 광활한 산경이 펼쳐진다. 가지마다 하얀 옷으로 치장한 나무들이 경쟁하듯 아름다움을 뽐낸다. 목덜미를 파고드는 매서운 칼바람에 몸은 움츠려 들지만 각오는 새롭다.


대간 능선을 걷는다는 것은 이런 매력이 간직돼 있어 좋다. 저 멀리 산자락으로 새하얀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삼수령(동해,서해, 남해로 흘러드는 오십천이 깃든 산악) 근방의 백두대간 마루에 들어선 풍차다.


이곳의 대간 마루 등산로는 제법 가파르다. 등산로 왼편에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장생의 주목 군락지다. 말라 비틀어져 고사목처럼 보이는 주목 한 그루.


그러나 이 겨울에도 끄떡없이 살아 있다. 온통 눈밭을 이룬 급경사로를 오르자 다시 도로가 나타나고 이내 함백산 정상이 보인다.

[여행]시작은 옹달샘, 그 끝은 더넓은 서해바다


정상 바로 밑 바위자락은 포근하다. 그러나 바위 서너 개를 계단 삼아 올라 만나는 정상의 상황은 전혀 뜻밖이다. 매섭게 차갑고 폭풍처럼 세찬 바람이 사람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다. 정신을 앗아가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발 아래 펼쳐지는 멋진 지상의 풍광이 그 하나다.


남쪽으로 태백산, 북쪽으로 금대봉과 매봉산, 서쪽으로 백운산, 두위봉, 장산 등 대부분 1400m의 준봉들에 둘러싸여 있어 웅장한 백두대간의 위용을 만끽할 수 있다.


대간마루에 태양이 떠오른다. 태백산의 해돋이에 전혀 뒤지지 않는 웅장하고 기운서린 동해의 태양이다. 오늘 여기에서만큼은 함백산 정상이 에베레스트 봉이 되는 셈이다.


하산 길. 산행의 재미는 이제부터다. 내내 대간의 마루금을 따르기 때문이다. 산줄기 양편으로 펼쳐지는 풍치를 두루 감상하며 내려서도 정상에 선 듯한 느낌이다.

[여행]시작은 옹달샘, 그 끝은 더넓은 서해바다


중간쯤에서 도로를 만나고 길을 건너면 다시 야트막한 구릉의 숲길로 인도된다. 설원 트레킹 코스로 손색없는 눈밭에서 뽀드득 소리가 무척 예쁘게 난다. 그리고 곧 만항재에 이른다.


함백산 종주코스도 도전해볼만 하다. 두문동재에서 시작해 은대봉을 거쳐 함백산, 만항재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눈꽃트래킹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주목이 많아 최고의 트래킹코스로 꼽힌다. 소요시간 3~4시간.


#2 검룡소 첫마음 물줄기 514km 흘러 한강으로
수은주가 영하 15도로 내려가 온 세상이 쩡쩡 얼어붙은 한 겨울 숲길을 걸었다. 이파리를 다 떨구고 시리게 서있는 겨울 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숲길이다. 피나무, 물푸레나무, 귀룽나무, 황벽나무…. 저마다 다른 수형과 수피의 나무들이 뿜어내는 겨울의 향기가 알싸하다.

[여행]시작은 옹달샘, 그 끝은 더넓은 서해바다


이 길의 끝자락에 검룡소가 있다. 1300리를 굽이쳐 흘러가는 한강이 시작되는 곳. 강 끝을 거슬러 올라가 유장한 강의 '처음의 순간'을 맞이하러 가는 길이다.


길 옆으로 물길은 꽝꽝 얼어붙었다. 고개를 들면 겨울 숲을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웅웅거리고, 얼음장 아래로 귀를 기울이면 돌돌거리며 흐르는 물소리가 따라온다.


검룡소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길 옆의 물소리가 커진다. 상류로 올라가면서 검룡소에서 솟아난 맑고 푸른 물이 채 얼지않은 까닭이다. 검룡소에 섰다. 맑은 물이 가득 담긴 검룡소의 수면은 잔잔한데 물길을 따라 아래로 콰르르 물이 흐른다.


이렇게 솟아난 물은 얼어붙은 계곡의 얼음장 밑으로 흘러들어 정선 영월, 충주, 양평, 김포 등 평야와 산을 가로질러 다른 물줄기들과 몸을 보태면서 한강으로 흘러간다. 장장 514km에 이르는 장강이다.

[여행]시작은 옹달샘, 그 끝은 더넓은 서해바다


1억5천만년 전 백악기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검룡소에서 솟는 물은 하루 2000t. 그러나 정작 물이 솟는 모습은 눈으로 볼 수 없다. 소를 넘친 물이 폭포를 이루며 흘러내리는 모습만으로 얼마나 많은 물이 솟는지 감지할 뿐이다. 넘쳐흐르는 물이 바위를 깎아내 마치 용이 온몸을 뒤틀듯이 바위를 굽이굽이 깎아 놓았다.


검룡소의 수온은 계절에 관계없이 평균 9도를 유지하고 있다. 물이 튄 바위에는 얼음이 버석거리지만, 정작 물길에는 살얼음조차 잡히지 않았다. 물살이 부딪치는 바위의 이끼들도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제법 초록빛을 간직하고 있다. 검룡소를 찾아가는 것은 이렇듯 '첫마음'을 만나기 위한 것이다.


태백=글.사진=조용준 기자 asiae@


◇여행메모
△가는길=중앙고속도로 제천IC로 나와 국도 5호선, 38호선을 차례로 타면 정선을 지나 두문동재를 넘어서면 태백이다.


△볼거리=21일부터 열린 예정이였던 겨울 대표 축제인 2011태백산눈꽃축제가 구제역으로 취소됐다. 하지만 태백산도립공원내 당골광장에는 초대형 눈조각은 그대로 전시된다.


최근 문을 연 소도동의 태백체험공원(033-550-2718)은 탄광지역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도 낙동강이 시작되는 황지연못과 귀네미마을, 예수원, 철암마을 등도 둘러볼만 하다. 태백시 문화관광과 (033)550-2085


[여행]시작은 옹달샘, 그 끝은 더넓은 서해바다

△먹거리=태백은 연탄불에 구워먹는 한우가 유명하다. 소문난 한우실비(033-552-8893), 태성실비식당(033-552-5287) 등이 유명하다. 전골처럼 국물이 있는 닭갈비도 태백의 별미다. 승소닭갈비(033-553-0708), 김서방네닭갈비(033-553-6378) 등이 맛깔스럽게 음식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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