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전자지도 정보 유통센터(가칭)'가 설립되면 일반인도 응용프로그램인 '앱(Application)'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전자지도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 기구를 통해 약 15년간 축적해 구축한 공간정보를 실시간으로 일반에 공개한다.
◇ '전자지도 정보 유통센터' 설립 취지는?= 정부가 공간정보 유통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공공기관을 세우는 것은 또하나의 공기업이 만들어진다는 것 이외에 의미가 적지 않다.
흔히 포털사이트나 통신사를 통해 제공되는 지도는 각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한 전자지도다. 이에 실제 지형은 변했는데 이를 업데이트하기도 힘들 뿐더러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의 자금이 소요됐다. 또한 정확도 면에서도 실제 측량한 것과 다른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간정보의 활용은 스마트폰의 활성화에 따라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폰 앱의 50% 이상이 공간정보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3년 내 그 비중은 80%까지 이를 전망이다. 전세계 공간정보시장의 규모는 약 450조원 가량으로 현재 '구글 어스'가 공간정보를 가장 잘 활용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구글은 현재 전세계 공간정보 시장 점령을 위해 '구글 어스'에 검색기능까지 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검색어 위주로 검색에서 발생하고 있는 '정보의 쓰레기화'를 시각적인 차원에서 장소 위주의 검색으로 전환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검색자는 원하는 정보를 직접적으로 얻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구글은 공간정보시장 뿐만 아니라, 검색 시장까지 재편할 것이라고 서명교 국토정보정책관은 설명한다.
서 정책관은 "'전자지도 정보 유통센터'는 일종의 '무대'"라며 "버스 교통 정보 앱 등 아이디어를 갖춘 개발자(배우)와 이를 사용하는 수요자(관객)이 즐길 수 있는 스마트폰 세상(연극)을 펼칠 수 있는 무대"라고 정의했다.
이어 "'전자지도 정보 유통센터'는 이같은 구글의 행보를 쫓아가는 후발주자지만 '구글 어스'보다 고급 정보를 제공해 국내에서의 쓰임은 구글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한국형 3D 구글어스' 시장 영향은?= 현재 국토부가 구축하고 있는 '전자지도 정보 유통센터'의 플랫폼은 구글보다 사용하기도 쉽고 정확하고 정밀한 공간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이에 국내에서 공간정보 공급에 이어, 해외시장 공략까지 나설 예정이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구글 어스'가 도입되지 않은 아프리카나 동남아 한 곳을 지정해 시범적으로 공간정보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처럼 양질의 공간정보를 제공함에 따라 이들 민간기업들의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또 누구나 '전자지도 정보 유통센터'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앱 등을 통해 1인 벤쳐기업 등의 활성화도 예상된다.
다만 이같은 공간정보 공개로 전자지도 구축사업을 진행해 오던 민간업체들은 사활이 걸린 문제로 부각될 전망이다.
정부는 '전자지도 정보 유통센터'를 비영리법인으로 구성하되 향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민영화할 방침이다. 내년 말 40~50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된 비영리법인으로 출발시키나, 향후 수요가 늘어나면 민영화해 독립적인 공간정보 총괄 기구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처럼 정부가 나서서 공간정보 유통에 나섬에 따라 민간 기업들은 사활이 걸린 생존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전자지도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무료로 정보를 공개함에 따라 업계 자체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며 "뿐만 아니라 항공사진 업계 등 관련 업종에서도 지각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국장은 이에 대해 "'전자지도 정보 유통센터'의 설립은 한국형 '구글 어스'의 탄생"이라며 "국가에서 정확한 공간정보를 총괄적으로 공급하는 대신, 민간에서는 세세한 공간정보 구축을 할 수 있어 더욱 큰 부가가치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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