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해리포터 1편에서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이 해리에게 어떤 얘기 해줬는지 기억나는 사람?"
소강당에 모인 100여명 남짓한 학생들에게 공지영 작가가 질문을 던진다. 아무 대답이 없자 공지영 작가는 멋쩍은 듯 웃으며 "나도 어제 조앤롤링 인터뷰보고 알았다"며 말을 이었다.
"덤블도어 교장 선생님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여러분에게 자기 자신을 알고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신동중학교(교장 이향식)를 찾아 재능기부 운동에 동참한 소설가 공지영씨에게 학생들은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냈다.
-글을 쓰다 막힐 때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글이 잘 안 써지더라도 소처럼 쓰다보면 된다. 글이 막히는 순간도 분명히 있다. 그래도 일단은 써내려간다. 나중에 다시 읽어봤을 때 괴발개발인 부분만 오려내면 뒷부분은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운동선수와 마찬가지로 작가도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김연아 선수는 하루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 하루를 쉬면 이틀을 고생하고 일주일을 쉬면 한 달을 더 고생해야 한다. 무엇이든 쉼 없이 꾸준히 하는 사람은 못 이긴다. 평소에 책을 전혀 읽지 않는 학생들도 하루에 한 페이지씩만 매일 읽으면 1년 동안 책 1~2권을 능히 읽을 수 있다. 한번 해보길 권한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난 아이가 셋인데 이런 질문은 어떤 아이가 제일 예쁜지 물어보는 것만큼 곤란하다. 물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지만, 분명한 사실은 모든 아이를 사랑하듯 모든 작품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도 굳이 한 작품을 꼽자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제일 마음에 남는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구치소에 가서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때 많이 놀랐다. 그들은 끔찍한 과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랑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그들의 과거를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극적인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특히 가난에서 미움과 범죄가 싹튼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작품이었다. 그래서 더 마음 속에 남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스스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는 나이 마흔이 넘어서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도 사는 게 너무 힘들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노력해도 행복해지지 않은 이유가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서였다.
그걸 스스로 깨닫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나에게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얘기해주지 않았다. 다들 그건 이기적인 생각이라고만 얘기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만이 남도 사랑할 수 있다. 어느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 줄 수 없다. 부모님이 아무리 나를 사랑해도 내 인생을 대신 살아 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특히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평가하는데 신경쓰지 말고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언젠가는 여러분도 알게 될 것이다. 그걸 깨닫게 되는 날이 올 때 오늘 나와 함께 한 이 시간이 의미를 찾지 않을까 싶다.
이상미 기자 ysm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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