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배 이야기] 승무원 최후의 보루 ‘구명정’

시계아이콘01분 57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엔진 달려 주행 가능, 생존 위한 장비 탑재


[배 이야기] 승무원 최후의 보루 ‘구명정’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3만7000DWT급 석유화한 운반선 '로바 발레타' 후미에 설치된 현대라이프보트가 제작한 자유낙하형 구명정
AD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선박을 보면 선실 좌현과 우현, 혹은 선미에 탑재된 주황색의 구명정을 볼 수 있다.


구명정은 선박이 불의의 사고를 당해 침몰 위기에 처할 경우 승무원을 구조하기 위해 특별하게 제작된 선박을 말한다. 승무원들의 안전을 보호해주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구명정은 승객 구조가 가장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에 튼튼한 구조, 자체복원능력, 예비부력, 파도가 뒤에서 밀려들 때에도 원활한 조종을 특성으로 하고 있다.


18세기에 이미 프랑스와 영국은 ‘가라앉지 않는’ 구명정을 제작하려고 했다. 1789년 타인 강 어귀에서 비극적인 난파사고가 난 뒤 뒤집혔을 때도 스스로 복원할 수 있고 물이 거의 차도 부력을 유지하는 구명정을 뉴캐슬에서 설계·제작했다. ‘오리지널호’라고 불리던 이 배는 양끝이 모두 앞이 될 수 있고 10개의 노가 달려 있다. 40년 동안 쓰인 이 배는 현대 구명정들의 원형이 됐다.


1807년 실용적인 구명줄 던짐 장치(Linethrowing Device)가 처음으로 발명됐고, 1890년 증기기관을 장치해 기계적으로 동력을 얻는 기지정박형(Land-Based) 구명정이 진수됐다. 1904년에는 가솔린 기관이 처음으로 쓰이기 시작했으나, 몇 년 뒤 디젤 기관으로 바뀌었다.


[배 이야기] 승무원 최후의 보루 ‘구명정’ 일반형 구명정


거대한 본선과 비교해 구명정은 작아 보이지만 실제 크기는 결코 작지 않다.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하는 선박에 탑재되는 구명정은 30인승 전후가 일반적인데, 길이는 약 6m, 높이는 약 3m다. 구명정은 기본적으로 본선의 승선인원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크기의 것을 배 양쪽으로 탑재하는 데, 이는 비상시에 선원들이 좌현 또는 우현 중 접근하기 쉬운 쪽으로 탑승하게 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본선 선원 수가 30명일 경우에는 30인승 이상의 구명정이 좌현과 우현에 각각 설치된다. 최근에 건조한 드릴십에는 70인승의 구명정이 탑재됐으며, 길이가 10m 이상에 100명 이상 탈 수 있는 대형 구명정도 있다.


구명정은 밀폐 여부에 따라 개방형, 부분 밀폐형, 전폐형으로 나뉘는데, 화물선에는 전폐형이 사용된다. 전폐형 구명정은 다시 일반형(Conventional Type)과 자유낙하형(Freefall Type) 등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화물선에는 일반형이 탑재되고, 자유낙하형은 선주가 요구할 때나 화물선(벌크선, 광석운반선, 겸용선) 등에 탑재된다. 본선을 살펴 보면 구명정이 수평이 아닌 비스듬한 각도로 달려있는 데, 이 구명정이 자유낙하형이다. 두 유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비상시 물속에 던저지는 진수 방법으로, 일반형은 구명정을 매달고 있는 대빗(Davit)에서 윈치(Winch, 권양기)로 수면까지 내린 후 분리하는 반면, 자유낙하형은 대빗에서 곧바로 분리돼 격납된 위치에서 수면으로 떨어진다. 자유낙하형은 일반형보다 신속하게 탈출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다.


[배 이야기] 승무원 최후의 보루 ‘구명정’ 현대라이프보트가 생산한 구명정이 제품 테스트를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대라이프보트라는 회사가 유일한 구명정을 생산하고 있으며, 주요 조선소에 구명정을 공급하고 있다. 동종업계 세계 4위권 업체로 전폐형 구명정예 이어 자유낙하식 구명정을 세계 네 번째로 개발했으며, 지난 2008년에는 창립 33년만에 누적 구명정 생산대수가 3000척을 돌파했다. 이 회사는 세계 35개국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있어 세계 1위 조선산업을 받치고 있는 든든한 기둥중 하나다.


작은 크기 때문에 추진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구명정은 자체 엔진으로 움직일 수 있다. 속력은 수면이 고요한 상태에서 최소 6노트(약 시속 11km) 이상이고, 24시간 이상 연속으로 운항할 수 있다. 또 스티어링 휠(Steering Wheel, 조향장치)로 타를 움직여 방향 조정도 가능하다.


구명정 내부 구조는 상당히 단순한데, 일반형은 구명정 안쪽에 벽면을 따라 마주보는 형태로 좌석이 배치됐다. 자유낙하형은 버스처럼 가운데 통로가 있고 통로 양편에 좌석이 배열됐다. 좌석은 구명정 뒤편을 보는 역방향으로 앉게 돼 있는데, 구명정이 비스듬히 매달려 있고 입수(入水) 할 때 충격을 덜 받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구명정 안에는 비상식량, 물, 낚시도구, 구명신호탄, 무전기 등도 구비돼 있다. 전폐형 구명정은 입수 시 충격에 의해 180도 뒤집혀도 원위치로 돌아올 수 있는 기능도 갖고 있다.


[배 이야기] 승무원 최후의 보루 ‘구명정’ 현대라이프보트가 개발한 구명정


한편 본선에는 구명정과는 별도로 추진력이 없는 구명뗏목(Life raft), 개인용 보호장구인 구명조끼(Life jacket)와 구명부환(Life buoy) 등도 함께 구비된다.
<자료: 현대중공업·현대라이프보트·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




채명석 기자 oricm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