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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전 승리 배경은 '5조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3초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결국 '가격'이 관건이었다.


현대그룹은 경쟁 상대인 현대자동차그룹을 가격 차이로 따돌리고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낙점됐다. 이는 현대건설을 되찾기 위해 사활을 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의지가 더 강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은 실사와 본 계약 등 앞으로 남은 매각 절차를 통해 최종적으로 현대건설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는 각오다. 이를 통해 현대건설을 주축으로 그룹의 주력 사업을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승리 요인은 결국 '가격'=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입찰 가격으로 5조원 이상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보다 5000억원 정도 낮은 금액을 적어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현대건설 인수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보다 더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채권단 평가 결과 자금 동원력이나 재무구조와 인수 이후 시너지 부분 등에서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현대그룹이 써낸 가격 차이가 워낙 컸다.


실제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는 가격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마지막 결정권을 쥔 현 회장이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그룹의 운명을 걸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건설을 되찾기 위한 현 회장의 의지가 워낙 확고했다"며 "5조원대 입찰 가격을 써 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5조원대 가격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막판 '백기사'로 등장한 동양종금증권 외에 프랑스의 나티시스은행 등을 재무적 투자자(FI)로 유치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 앞으로 향방은=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두 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룹의 사업 구조가 승강기→금융(자금 조달)업→해운 물류→북방→첨단 IT 등으로 연관돼 있어 현대건설을 주축으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선 전 세계 물류 네트워크를 지닌 현대상선과 현대로지엠 등 물류 계열사는 현대건설의 건설 자재ㆍ플랜트 설비 등을 통해 국내외 수송을 전담,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 최고의 중량 화물 운송 능력이 있는 현대상선은 현대건설이 해외 엔지니어링 프로젝트 추진 시 유용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금융 계열사인 현대증권은 현대건설과 계열사가 국내외에서 시행하는 공사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엘리베이터는 건설업과 연관성이 가장 짙어 시너지가 클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현대아산의 남북 경협 사업에서도 장점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룹 내 IT 계열이자 현 회장의 맏딸 정지이 전무가 이끌고 있는 현대유엔아이는 현대건설의 IT 환경을 개선해 '스마트 SOC' 선도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승자의 저주' 우려도=현대그룹이 예상을 뛰어넘는 5조원대의 입찰 가격을 제시하면서 일각에서는 인수ㆍ합병(M&A)의 부작용 중 하나인 '승자의 저주'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대그룹이 본 계약 체결을 앞두고 실사 등의 작업을 거치면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현대차그룹과 달리 자금력이 취약해 계열사를 총 동원해 돈을 끌어 모은 점과 동양종금증권과 프랑스 자본 등 FI들과의 계약 관계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건설 경기가 오랜 불황을 겪고 있어 현대그룹과의 단기적인 시너지 효과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M&A 업계 관계자는 "과거 대우건설을 인수해 그룹 전반에 유동성 위기를 몰고 왔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통해 학습 효과를 얻었듯이 현대그룹도 비슷한 상황에 대한 또 다른 대비책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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