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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의 해외시장 안착 조건은? '생산현지 보다 싸야 한다'가 정답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4초

현대차 에쿠스 미국 출시 가격, 국내보다 낮아..국내 수입차도 사정 비슷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얼마전 현대자동차가 대형세단 에쿠스의 미국 출시가격을 국내 가격 보다 낮게 책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잠시 논란이 일었다. 국내 최고급 모델과 같은 4.6리터 DOHC 타우엔진이 장착됐는데, 미국 출시 모델 가격이 국내 최고급 사양 모델과 비교할 때 약 3000만원이 저렴하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될 에쿠스의 가격은 탁송료를 포함해 기본형인 '시그너처'가 5만8900달러(약 6640만원), 고급형인 '얼티미트'가 6만5400달러(약 7260만원)로 최종 결정됐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4.6모델 가격은 1억900만원이다.

논란의 핵심은 에쿠스 가격을 낮춘 배경이었다. 미국 현지 생산도 아니고 울산공장에서 조립해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 만큼 운송료와 관세 등이 붙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에쿠스 가격이 낮게 책정된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힘을 얻었다.


이 때문에 네티즌 가운데 일부는 현대차가 국내 고객을 무시한 처사가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국내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때마다 나왔던 '국내 고객 무시'가 또 다시 재현된 셈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가격 정책이 현대차에만 해당될까? 그렇지 않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가격에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현대차가 미국 가격을 낮게 책정해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판매중인 수입차 역시 생산 현지보다 저렴한 게 대부분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달 국내에 출시한 대형세단인 신형 페이톤 가격을 9100만원으로 책정했다. 독일 현지 가격인 1억2000만원보다 3000만원 낮게 판매되는 것이다.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골프도 독일 가격은 우리돈으로 4000만원을 호가하지만 국내에서는 300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수입차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BMW도 인기 라인업이 독일 현지보다 싸다. 지난 8월 출시된 BMW 520d는 독일에서 6500만원이지만 국내에서는 620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528시리즈 역시 600만원가량 낮게 책정됐다.


이외에 일본 도요타가 지난달 초 국내에 출시한 스포츠 세단 렉서스 IS F 역시 일본 현지 보다 4000만원 정도 싼 8800만원에 가격이 정해졌다.


현대차나 폭스바겐, BMW 등이 생산 현지보다 수출 물량 가격을 낮게 책정한 가장 큰 요인은 고객 관리 차원이다. 현대차는 에쿠스 미국 출시 가격 책정과 관련해 "미국 시장에서 조기 정착을 위해"라고 언급했다. 처음 출시되는 차종의 성공적인 안착에는 가격 만큼 좋은 요소가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폭스바겐 역시 비슷하다. 신형 페이톤 이전 모델인 페이톤 가격이 8000만원 대였다는 점이 감안됐다. 회사 관계자는 "모델이 바뀌면서 3000만원을 한꺼번에 올리기가 버거웠다"고 말했다. 고객 입장에서 쉽게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독일 본사 차원에서 한국에 제공하는 물량에 대해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MW나 도요타 역시 비슷한 이유로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물론 환율이나 사양에 따라서도 차이는 있다. 미국 시판 예정인 에쿠스 역시 엔진은 국내 모델과 같아도 사양이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가격은 다양한 요소가 고려돼 결정되는 만큼 하나의 기준으로 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수출 가격은 해당 지역의 성패를 좌우하는 만큼 가급적 낮게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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