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빠른 드라이버에게 주어지는 훈장 ‘보라색’
최연소는 N. 로즈베르그, 최고령은 J.M. 판지오
24명의 드라이버가 2010 한국 F1 그랑프리 결선에서 모두 완주했다는 가정하에 이들은 총 몇 바퀴를 돌았을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답은 간단하다. 24×55=1320바퀴다. 기록을 연재하다가 생뚱맞게 웬 총 주행횟수를 물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다 이유가 있다. 바로 패스테스트 랩타임과 관련이 있어서다.
패스테스트 랩타임이란 한 경기에서 가장 빨리 달린 기록을 말한다. 즉 한국 그랑프리의 경우 1320바퀴 중 가장 좋은 기록을 뜻하는 것으로 이는 서킷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코스의 레이아웃은 머신의 최고 속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데 고속이냐 또는 저속 테크니컬 코스이냐에 따라 패스테스트 랩타임은 달라진다.
패스테스트 랩타임을 결정하는 것은 드라이버의 테크닉과 머신의 성능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수다. 드라이버의 테크닉이 출중해도 성능이 따르지 못하면 영원히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60년 동안 패스테스트 랩타임을 기록하며 결선 기록표에 보라색 마크(결선 기록표에 보라색으로 표시된다)를 단 드라이버는 119명에 불과해 우승(102명)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기록도 다른 기록과 마찬가지로 일부 드라이버의 독식 현상이 심하다.
그렇다면 ‘패스테스트 랩타임’은 누가 선두에 이름을 올렸을까. 역시 ‘F1 황제’라는 칭호를 받는 미하엘 슈마허(독일, 메르세데스GP)가 76회로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슈마허의 이 기록 성공률은 28.9%로 7위. 41회로 슈마허 이전에 가장 윗줄에 터를 잡고 있었던 알랭 프로스트(프랑스)가 2위로 내려앉았다. 3위는 키미 라이코넨(핀란드)의 35회. 나이젤 만셀(영국, 30회), 짐 클라크(영국, 28회), 미카 하키넨(핀란드, 25회), 니키 라우다(오스트리아, 24회)가 상위에 랭크됐다.
예선에서 발군의 속도를 자랑하면서 65회나 폴 포지션을 잡아 ‘서킷의 황제’라는 애칭으로 사랑을 받았던 세나는 패스테스트 랩타임 분야에서는 거의 힘을 쓰지 못했다. 세나는 통산 19회의 기록으로 데이먼 힐과 스털링 모스(이상 영국)와 함께 11위에 자리를 잡고 있다.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드라이버 중에서는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 페라리)와 루벤스 바리첼로(브라질, 윌리엄즈)가 각각 17회를 기록해 15위에 서 있다. 필리페 마사(브라질, 페라리) 12회, 루이스 해밀턴(영국, 맥라렌)이 6회로 뒤를 잇고 있다. 패스테스트 랩타임을 기록한 드라이버들의 분포를 살펴보면 20회 이상은 10명, 10~19회 20명, 5~9회 22명, 2~4회 26명, 1회 41명으로 나타났다.
최연소 패스테스트 랩타임 기록은 니코 로즈베르그(독일, 메르세데스GP)가 보유한 20세 258일이다. 로즈베르그는 2006년 바레인 GP에서 코스워스 V8 엔진을 얹은 윌리엄즈 FW28의 스티어링 휠을 쥐고 1분32초408의 랩타임을 찍었다. 2위는 페르난도 알론소(스페인, 페라리)가 21세 321일 되던 2003년 캐나다 GP에서 1분16초040로 한 바퀴를 통과하면서 보라색 마크를 달았다. 3위는 브루스 맥라렌(뉴질랜드)이 알론소보다 하루 늦은 21세 322일에 열린 1959년 영국 GP에서 기록한 1분57초000이다.
반면 최고령 기록은 F1 통산 5회 월드 챔피언 후안 마뉴엘 판지오가 갖고 있다. 판지오는 46세 209일 되던 1958년 아르헨티나 GP 개막전에서 마세라티 250F의 운전대를 잡고 1분41초800으로 자신의 레이스 인생에서 마지막 23번째의 보라색 마크를 달았다.
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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