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제조업은 재고 물품이 많이 쌓이고 신제품 출시가 자주 이뤄져 연구개발비 투입이 크다는 점에 착안한 분식회계가 이뤄진다.
8일 검찰에 따르면, 한 전자제품 제조업체는 장부상의 재고수량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이 회사는 재고자산을 뻥튀기 하려고 매출로 나간 상품에서 제조과정에 투입된 물품을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재고자산이 6000여억원 과대계상돼, 재무제표상 손실이 이익으로 뒤바뀌었다.
검찰은 "이럴 때는 대차대조표상의 재고자산과 손익계산서상의 매출원가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창고나 입출고 담당부서의 재고 입출고 내역과 장부를 서로 맞춰보고 매출원가율도 분석해서 분식을 알아내는 게 수사의 정석이다.
자산을 부풀리는 비슷한 수법으로는 유형자산폐기손실을 반영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한 반도체 회사는 사고 등으로 쓸 수 없어 폐기된 2184억여원의 유형자산을 폐기손실(유형자산감액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정상적인 자산으로 꾸몄다. 유형자산 1900여억원이 과대계상돼 재무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회계처리됐다. 대차대조표상 유형자산과 손익계상서상의 유형자산감액손실과 감가상각비 등을 분석해야한다. 구체적으로는 유형자산이 실제 존재하는지를 기계장치 배치도와 기계별 생산성 검토표 등 제조관련 부서의 자료를 입수해 검토한다.
연구개발비를 이용한 분식 수법도 있다. 검찰은 "제조업체는 가공의 회사를 만들어 물품거래를 한 듯이 장부를 만들어 분식회계를 할 수도 있지만, 창고에 실물인 재고물품이 쌓여있는지 실사를 하면 들통이 날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연구소 같은 서비스 계열 회사를 설립해 분식회계를 저지른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반도체 장비를 제조하던 한 업체는 기술 자문을 받는다는 명목으로 연구전문 컨설팅 회사와 기술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계약에 따른 거액의 자금을 연구소에 지출했지만, 연구비는 뒤로 몰래 빼돌려져 반도체 회사의 대표이사 주머니로 흘러갔다. 실은 연구 컨설팅 회사가 대표이사의 소유였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의 대표이사는 자기가 설립한 연구전문 컨설팅 회사를 통해 매월 자급을 횡령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이런 회사는 대차대조표 상의 미지급금과 제조원가명세서 상의 연구비 계정을 주의해서 살펴야 한다. 계약을 체결한 서비스 업체의 특성을 파악해 서비스 계약서상의 서비스 내용과 성과물의 진행문서를 검토하고, 연구전문 컨설팅 회사는 주주명부 등을 확인해 거래 회사와 특수관계에 있는지도 봐야한다.
검찰은 이외에도 제조업체는 개발비 요건에 해당하지 못한 비용을 자산화해 분식을 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 휴대폰 제조회사는 기업회계기준상 특정요건을 충족한 연구개발비만 개발비로 간주해 장부에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도 프로젝트의 연구개발비를 요건 충족과 상관없이 모두 개발비로 처리해 수백억의 연구비를 과대계상하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무형자산의 개발비 요건을 세밀히 검토하고, 자산으로 계상된 개발비 내역을 확인해 실재성 및 자산성에 대한 검토을 거쳐야 한다"고 수사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수출거래로 꾸며 매출액을 과대계상하는 방법도 있다. 인쇄회로 기판을 제조하는 모 회사는 기계설비를 수리해주는 해외거래를 했다. 고쳐진 물건을 해외로 다시 돌려보내면서 이를 수출 거래로 포장해서는 매출을 부풀렸다. 대차대조표상의 매출채권과 매입채무, 손익계산서상의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보고, 거래의 실질을 파악하고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매출액 총액인식 요건을 확인해서 매출액 등과 비교해야 한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