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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실수로 불거진 고빈도거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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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고빈도거래 걸음마 수준..경쟁력 강화 VS 시세조작 악용 '양날의 칼'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지난 5월6일 오후 2시45분, 조용히 마감을 준비하던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갑자기 패닉 상태에 빠졌다. 다우 지수가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전거래일 대비 998.50포인트(-9.19%) 폭락했기 때문이다. 포인트 기준으로 장중 사상 최대 낙폭이었다.


사후 밝혀진 장중 급락의 이유는 고주파 거래(High Frequency Trading) 로 밝혀졌다. 금융위기로 홍역을 치르고 있던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일명 '플래쉬 크래쉬(Flash Crash)'로 알려진 이 사건을 계기로 당장 고주파 거래 규제 방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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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다우 폭락의 원인이 됐던 고주파 거래가 5일 국내 선물시장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통상 선물 매매에서 한 호가당 잔고는 수백 계약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날 개장 1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선물 가격 244.90포인트 매수 호가창에 무려 2만계약이 넘는 잔고가 쌓여있었다. 국내 한 증권사가 주문 실수로 무려 2만계약을 244.90포인트에 매수 주문했던 것.


보통 대규모 매수 주문은 체크되지만 이날 주문은 소규모로 9900건의 매수 주문이 이뤄지면서 체크되지 않았다. 평균 2계약씩 1만계약의 건수가 누적돼 전체 2만계약 매수 주문이 이뤄진 것. 사람이 손으로 직접 주문을 내기에는 불가능한 이 소량의 대규모 매수 주문이 가능했던 것은 최첨단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고주파 거래 때문이었다.

당시 실수로 들어왔던 매수 주문 중 다수가 매매 체결이 이뤄졌지만 빠르게 청산되면서 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고 한바탕 소동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일부 시장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고주파 거래가 점차 늘어나고 있으며 시세 조작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고빈도 거래로 통용되는 고주파 거래는 문자 그대로 짧은 시간에 빈번한 매매가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 극히 짧은 시간에 매매 주문을 낼 수 있다. 따라서 고빈도 거래를 이용하면 원하는 가격에 쉽게 매매 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익 확보가 보다 용이하다.


월가에서는 골드만삭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고빈도 거래를 활용해 상당한 수익을 거둬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경쟁업체들보다 빠른 매매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시스템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고 이는 바로 금융회사의 경쟁력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이러한 고빈도 거래는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대량의 매매 주문을 통해 많은 호가 주문을 낼수 있다. 곧 호가가 비는 경우를 줄여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매매 거래를 체결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거래소 관계자는 "고빈도 거래는 호가를 촘촘하게 만들어 준다는 측면에서 유동성 공급의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5월 뉴욕증시의 플래쉬 크래쉬는 이러한 고빈도 거래에 대한 인식을 한순간에 바꿔놨다. 고빈도 거래가 시세 조작에 악용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던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고빈도 거래를 이용하면 빠른 시간에 매매 주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허수 주문을 쉽게 낼수 있고 이러한 허수 주문을 통해 시세 조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고빈도 거래의 비중이 50%가 넘는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지난번 플래쉬 크래쉬 같은 사건이 가능했던 셈이다.


국내의 경우 고빈도 거래가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물 매매에서 고빈도 거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물 거래의 경우 매매가 잦을 경우 거래세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에 고빈도 거래를 하기에 위험부담이 있다고 시장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고빈도 거래가 아직 많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관련 규정도 없는 상황. 거래소 관계자는 고빈도 거래와 관련해 아직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잘만 활용하면 국내 시장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시세 조작 가능성 때문에 활성화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라는 것. 고빈도 거래를 위해서는 대규모 시스템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따라서 상대적으로 노하우가 있고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대형 증권사에 유리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로 지적되고 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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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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