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승훈 기자]
랴오위췬 지음/ 박현국 옮김/ 청홍 펴냄/ 4만원
'황한의학을 조망하다'는 일본 한의학의 발전 과정과 중요한 역대 의가들의 생애와 업적을 정리한 책이다.
일본의 의학이 무술의 단계를 벗어나 고대, 중세, 근세와 근대로 이어오면서 한반도와 중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근세 이후 흡수한 서양의학 지식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일본 한의학에 어떤 특징이 있는지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물론, 딱딱한 의학의 이야기만 다룬 책은 아니다. 일본의 정치, 문화, 종교 등을 의학과 잘 버무리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딱딱한 의학서라기보다는 쉽게 읽고 지나칠 수 있는 의학 이야기다.
저자 라오위춴은 일본인이 아니라 중국인이다. 이 말에 의문점을 가질 수도 있다. 왜 중국인이 일본 의가를 정리했을까. 오히려 여기에는 객관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의 의가를 자세히, 정확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미국인 루스 베네딕트가 일본어도 모르고, 일본에 방문해본 경험조차 없이 인터뷰와 자료 조사만으로 일본 연구서의 명저로 꼽히는 '국화와 칼'을 저술한 일도 있다.
라오위춴은 첫 장에서 상당히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일본의 역사, 문화와 학문적 특징 등을 설명했다. 일본은 역사 초기에 한반도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그 후로도 크건 작건 많은 분야에서 중국과 한국의 영향을 받았고, 의학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유교는 의학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의학 발달사는 유교 발달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의가들은 모두 한학과 유교에 조예가 깊었던 지식인이었으며, 당대의 주요 학문 사조와 보조를 맞춰가며 의학을 연구했다. 고방파나 고증파 의가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의학뿐만 아니라 일본의 학문과 문화가 발달한 과정을 은연 중에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 한의학의 뿌리는 중국의학이었지만, 독자적으로 발달하여 발상지인 중국이나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저서와 진료기술이 출현했다. 대표적인 예가 요시마스 토도 '약징'(藥徵), 복진 그리고 외과수술이다. 유암 수술을 예로 들어보자.
1800년전 세계 최초로 유암 절제수술에 성공한 사람은 서양 의사가 아니라 일본의 의가 하나오카 세이슈였다. 중국 한나라의 화타 이후로 동양의 한의사가 외과수술을 행한 예로는 두 번째다. 그러나 화타는 1800년 전 사람이어서 하나오카 세이슈와는 시간적 거리가 너무 멀고, 그 기술이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논외로 해야 한다. 이후 서양인들과 접촉하여 서양의학을 배우고 마취약을 연구한 것은 일본인들이었다. 따라서 외과수술은 일본 고유의 현상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책은 외국인이 타국의 문화에 대해 논하는 것인 만큼, 일본 학자의 고증결과를 충분히 이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동방의 지평선 위에 있는 부상국의 전통의학을 조망하여 기황의 의술이 이역에서 독립하여 살아간 여러 측면을 독자들에게 이해시키고 나아가 일본을 이해하고 일본문화를 이해시키고자 한다.
강승훈 기자 tarop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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