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2008년부터 5년 주기 전국 산림 건강·활력도 진단…수목 스트레스도 커 문제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우리나라 숲이 겉으론 건강해보이지만 나무가 심어진 땅의 산성화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지역 숲에선 기온상승과 병해충 등으로 수목 스트레스가 커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31일 산림청에 따르면 이는 2008년부터 5년 주기로 하고 있는 산림건강과 활력도 진단·평가를 통해 드러났다.
산림청은 2008년엔 서울, 인천, 대전 등 7개 광역시의 숲을 조사했고 지난해부터는 5개 생태권역으로 나뉜 전국 산림에서 100여개 조사구를 골라 조사하고 있다.
산림청은 산림생태계가 유지되는 정도를 과학적으로 조사·분석해 산림보전대책에 반영하고 국민들에게 산림의 건강성 정보를 알기 쉽도록 주기 위해서다.
조사항목은 수관활력도, 잎·줄기 피해상태, 고사목, 상·하층 식생 다양성, 임상층 두께, 산림토양의 이화학적 특성, 지의류 등 산림의 건강을 종합평가할 수 있는 21개다.
지금까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8년 7개 광역시 산림 96곳의 대표적 산림외관 건강지표인 수관활력도(전체 수관에서 살아있는 수관의 양적 비율)는 대체로 건강했다. 수관활력도는 산림의 외관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다.
또 지난해 전국 산림을 생태권역별로 나눠 조사한 89곳의 산림도 7개 광역시 산림보다 건강성 종합평가점수가 더 높아 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성 종합평가는 산림의 건강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조사항목별로 가중치를 둬 산출한다.
그러나 토양산도는 7개 광역시의 산림토양이 모두 산성이었고 대구를 뺀 6개 시는 pH 5.0 미만이었다.
산림토양이 산성화하면 땅 속에 양분 저장이 안 돼 토질이 나빠지고 식물의 양분흡수를 돕는 땅속 미생물 서식조건을 악화시켜 나무 생장도 어렵게 된다.
국내 수목생육에 알맞은 수소이온농도(pH)는 5.5쯤 된다. 우리나라 산림토양은 1980년 평균 pH 5.6에서 2008년엔 평균 pH 5.0으로 산성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조사를 주관하는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성주한 박사는 “지난 2년간의 조사결과는 우리나라 산림토양의 산성화 정도가 악화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데 뜻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조사과정에서 일부지역 산림은 기후변화와 신종병해충 발생 등으로 수목의 스트레스 요인이 급증,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오기표 산림청 산림환경보호과장은 “지난 30여년 황폐지 복구 등 치산녹화 위주의 조림정책을 펴면서 제한된 수종위주로 양적증가에 힘써 산림생태계의 건강성과 다양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면서 “산불, 산사태, 병해충 등에 약한 산림생태계 균형과 안정성을 높일 생태적 산림관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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