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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김태호 버리고 '소통'을 하다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후반기 시작과 함께 위기를 맞았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이 29일 자진사퇴함에 따라 집권후반기를 이끌어갈 내각 구성에 실패했다.


집권후반기 첫단추를 꿰는 단계부터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이에 따른 국정운영 차질과 잘못된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 인사청문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 역시 기세등등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대통령의 변화다. 김 후보자의 사퇴에 대한 결단을 내리기까지 그의 행보는 과거와는 뭔가 다르다. 집권전반기 내내 그를 괴롭혔던 '소통부재'라는 유령으로부터 벗어난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8.8 개각 인사청문회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 27일 청와대 행정관급 이상 직원 300여명과 함께 집권후반기 국정이념인 '공정한 사회'를 두고 2시간5분여에 걸쳐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토론시간은 당초 계획보다 50여분이나 길어졌다.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의 숨겨진 불법·비도덕적인 과거 행적이 들어나면서 여론은 급속도로 악화된 상황이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위장전입 등 부도덕한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이 비등했다.


이 자리에서 청와대 직원들은 인사청문회를 염두에 두고 공직자들의 올바른 자세와 소통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행정관은 "토론에서 행정관들이 대통령에 대해 강한 발언들이 많이 나왔다"며 "이 대통령은 '행정관들이 중심인데, 이 자리에서 그동안 듣지 못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는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며 "청와대가 그 출발점이자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도 공정사회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 나 자신부터 돌아보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날밤 김태호 후보자를 만나 이 대통령의 고뇌를 전했다. 김 후보자는 "여러가지 부분에 대해 문제가 있었다면 총리직 제안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김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공정한 사회를 위해 추구하는 기조에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될까 우려가 된다.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게 지금 이 정부 성공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며 사퇴 의사를 표시했다.


임 실장은 다음날인 28일 이 대통령에게 김 후보자의 사퇴의사를 보고했다. 이날 사퇴수용 여부를 두고 최종 결론을 내려야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를 청와대로 따로 불러 민심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일요일인 29일 아침 일찍 임 실장에게 전화를 해 10시에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의사를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곧이어 이 대통령의 사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은 신 후보자와 이 후보자의 사퇴의사를 전달받고 사의를 수용하면서 "안타깝다. 모두가 능력과 경력을 갖춘 사람들인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인사 내정 이후 8.15경축사에서 '함께 가는 국민' 또 '공정한 사회'를 국정기조로 제시한 이후에 개각 내용에 대해서 그간에 국민의 눈높이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는 평가가 있는 점을 고려해서 이번에 후보자들의 사퇴 의사 발표는 국민의 뜻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심기일전해서 국정을 바로 펴는데 가일층 노력을 기울이겠다. 이번 일을 계기로 공정한 사회원칙이 공직사회는 물론이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뿌리내리도록 힘 쏟겠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민심을 읽었다. '스타일'은 구겼지만, '소통'을 얻었다. 이 대통령이 이제야 소통의 틀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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