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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증권사·기관투자자 구린내 풍기는 동거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기관투자자가 갑(甲)이죠. 펀드매니저 등을 통해 리서치센터로 탐방 및 보고서를 부탁해 올 경우 뿌리치기 어렵습니다. 사전에 주식을 매수했다면 주가조작까지 의심해 봐야하지 않을까요."

최근 한 달간 150% 수준의 주가 상승률을 보인 일진다이아몬드를 둘러싼 L증권사와 M투자자문사의 미묘한 관계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전한 자조섞인 발언이다. 업체 탐방 이후 장밋빛 보고서가 나오기 직전 한 기관투자자가 해당 증권사 창구를 통해 관련 종목에 대한 주식 매수 약정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짜고 벌이는 게임일 수 있다는 뉘앙스도 묻어난다.


금융 당국도 해당 시나리오에 대해 불공정거래 의혹이 짙음을 시사했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오전에 주식매수 약정을 체결한 이후 오후에 기관투자자와 해당 증권사가 탐방을 떠난 후 4 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는 것은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한 달간 3~4차례나 소수계좌 매수 집중에 관한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된 만큼 여타 큰 손들의 움직임과 관계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관련 건에 대한 해당 증권사의 반응도 아마추어적이다. 리서치센터 고위관계자는 애초 애널리스트 혼자 탐방을 떠났다고 기관투자자와 연관성을 부인한 반면 법인영업부문 고위관계자는 기관투자자와의 동행을 시인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주식 매수 약정 계약 시기와 탐방 시기 등을 조율하지 못하는 허술한 증권사 내부 통제 시스템이다. 법인영업부문 고위관계자는 "주식매수 약정 체결이 관련 업체 탐방보다 먼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관련 스케줄을 전담하는 인력도 없을 뿐더러 크게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은 수익률 게임이다. 기관투자자도 엄연히 증권사의 고객임을 고려할 때 증권사도 역할을 다하고 싶었을 것이다. 이런 노력들이 자본시장에 이바지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밀월관계를 통해 발생하는 시장 왜곡 현상은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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