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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상사가 적자회사에 400억 베팅한 이유는

[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LG그룹 계열 종합상사인 LG상사가 수년째 적자를 내고 있는 자본잠식 업체에 분기 영업이익을 몽땅 털어 '배팅'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LG상사는 네덜란드계 자원개발업체 DZP사의 지분 50%(900주)를 432억원에 취득키로 했다고 지난 28일 공시했다. 이번 투자액은 LG상사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426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한 분기에 영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모두 투입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투자대상인 DZP사의 재무상황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말 기준 자기자본은 마이너스 1억52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이고, 순이익도 3년째 내리 적자를 내고 있다. LG상사는 왜 이같은 기업에 분기 영업이익과 맞먹는 금액을 투자했을까. 이는 자원개발(E&P) 사업의 특수성 때문 이라는 것이 LG상사 측 설명이다.


문제(?)의 DZP사는 카자흐스탄 석유광구 중 하나인 블록8(Block 8) 광구 운영권을 100% 가지고 있는 곳으로 현재 석유 시추 가능성을 타진하는 탐사를 진행 중이다. LG상사는 지난 2006년에도 DZP사의 지분 40%를 355억원에 투자했고, 이번에 추가 투자를 단행해 지분율을 90%로 끌어올리며 사실상 경영권을 획득했다. 특히 LG상사는 올 초에 작성한 연간 투자계획상으로는 이 광구에 80억원 정도만 추가 투자키로 했다가, 투자액을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LG상사 관계자는 "지금은 탐사단계로 자본잠식과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향후 상업생산이 시작되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며 "투자액을 확대한 것은 그만큼 상업생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편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국내업체들의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주로 생산단계에 들어간 광구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탐사광구 지분을 매입해 장기간 개발하는 방식이 점차 늘고 있다. 탐사광구투자는 위험부담이 높지만, 그만큼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어 성공시 돌아오는 몫도 커지기 때문이다.


LG상사 관계자는 "생산단계에 참여하는 것은 자금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원개발에 대한 전문성을 쌓기 위해 탐사단계부터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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