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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만은 막자” 돈으로 메운 임단협

일회성비용 수조원 지출 협력사 상생투자 여력 소진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에 화를 낸 이유가 있었다.

투자와 고용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 주요 대기업들이 올 임ㆍ단협 후 직원들을 위해 사별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돈을 한꺼번에 지출한 것.


27일 아시아경제신문이 주요 대기업 임단협 결과를 중간 집계한 결과 각 대기업은 5만~7만원의 임금을 인상해 준 것을 비롯해 200만~850만원의 격려금(일시금)과 수백%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노조가 없는 삼성전자 등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대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올 여름 대기업들은 수조원이 넘는 돈을 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들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올렸고, 대기업 덕분에 우리나라 경제지표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이러한 대기업 독식 현상은 경제ㆍ사회의 양극화 현상만 부추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즉,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지역사회에서 훌륭한 인재를 육성해 기업이 보내고 각종 인센티브로 기업 활동을 지원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대기업이 딴 열매의 혜택이 협력업체와 지역사회에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경제의 양극화를 해소하기는 커녕 심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도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 지난 1일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 시행을 앞두고 노조측은 타임오프와 파업을 앞세워 임금 인상 및 성과급 지급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노조의 불법ㆍ이면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맞선 사측은 타임오프를 무마시켜야 할 회유책이 필요했고, 결국 거액의 임금 인상안으로 절충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성과급ㆍ일시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에 거액을 쏟아 부은 대기업들로선 협력업체를 비롯한 중소기업 지원, 고용과 지역사회 공헌 등에 가용할 예산 여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자기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을 국민들에게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 이미지가 생명이라 많은 대기업들이 생산 중단을 막기 위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임금을 1% 올리기 위해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노조의 행태를 사실상 임금 인상으로 막아낸 것인데, 기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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