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시 가계 부채 커질 까.. 금융당국 고민 커져
건설사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 없이 정부 지원만...도덕적 해이도 문제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꽁꽁 언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극단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의 완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DTI는 금융회사에 주택을 담보로 잡히고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부채 상환능력을평가해 대출 금액을 결정하는 지표다. 따라서 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주택을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의 선택 폭을 넓히고, 좀더 적극적인 구매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DTI규제완화는 곧 상환능력이 없는 수요자들까지 부동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하면서 자칫 가계부채 버블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 특히 가계 부채의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에서 DTI규제는 또 다른 부동산 거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정부는 그동안 규제완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부는 그동안 몇차례 규제가 강화돼 현재 투기지역인 강남 3구에는 DTI가 40%, 강남 3구 이외의 서울지역에는 50%, 인천·경기지역에는 60%가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기면서 분양받은 아파트에 대한 입주포기가 속출하면서 건설회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커지자 정부가 극약처방을 내놓을 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DTI 규제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DTI 규제가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고 건설 경기 하강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에서도 건설업계의 입장을 동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DTI 완화론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자세다.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1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제재를 조금씩 완화해야 한다는 시장의 요구가 이제 공론화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국토해양부와 함께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논의하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DTI 규제 완화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다. DTI와 같은 금융규제가 다소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금융자산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선 필요불가결한 제도라는 것이다.
특히 향후 시장금리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DTI 규제를 풀면 더 많은 빚을 내 집을 살 수 있도록 해 가계 부실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또한 건설업계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위한 자구 노력을 등한시 한채 미분양이 쌓일 때마다 정부의 지원만 바라보는 도덕적인 해이도 문제이다. 일각에선 건설사들이 뼈를 깍는 자구 노력 없이 정부의 규제완화가 계속 바랄 경우 또 다른 부실의 씨앗을 잉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이날 오전 금융위 간부회의에서 "DTI가 가계와 금융건전성을 위해 정말 필요한 제도라는 것을 여론에 잘 설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DTI 규제를 풀더라도 대폭 완화가 아닌 미세조정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일단 정부가 새 아파트 입주 예정자의 기존 주택을 구입하는 무주택 또는 1주택자에게 DTI를 초과해 대출을 지원해주기로 한 '4.23 거래활성화 대책'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DTI 제도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정부가 건설업계의 요구대로 DTI 비율을 지역별로 차등화해 상향 조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DTI 규제에 대해 "현재까지는 입장에 변함이 없지만 부동산 대책은 금융건전성에 맞춰진 것이고 상황이 변하면 환경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 영원불변한 법칙은 없다"며 일부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존의 입장을 바꿔 건설업계 및 정치권의 요구를 받아들여 DTI규제 완화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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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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