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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시행에 교사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전국단위 학업성취도평가가 13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일제히 시행됐다. 시험선택권을 놓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일부 시·도교육감이 마찰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일선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기말고사 종료 직후부터 시험을 준비해온 초등학교 교사들은 ‘어린 아이들에게 해도 너무 한다’는 반응이다.


이날 시험을 마친 직후 얘기를 나눈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는 시험을 감독하는 내내 “안쓰러운 심정이었다”는 얘기를 전했다.

경기도 성남지역에서 근무하는 그는 “기말고사 이후에 좀 쉬어야 할 아이들이 일제고사 때문에 문제풀이에 매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학교는 지난 해 성적이 부진했기 때문에 ‘학력향상 중점학교’로 지정돼 5종류에 이르는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면서 “수업시간 등을 활용해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문제를 푸는 데 적어도 10시간 이상을 할애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성적이 공개되고 다른 학교와 비교됨에 따라 지역교육청에서 교장·교감 인사에 반영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은연 중에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이 시험 자체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학교 전체의 부진한 성적은 학부모들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공부하다보면 아무래도 문제풀이 중심으로 공부시킬 수 밖에 없다는 문제도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보던 모의고사가 초등학교까지 내려온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한편, 충청도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시험을 보지 않는 학년 담임교사이지만 바로 옆에서 6학년 선생님들이 아이들 공부시키는 것을 봤다”면서 “인근에서는 ‘해넘이반’, ‘달맞이반’을 운영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해가 넘어갈 때까지, 달이 뜰 때까지 공부를 하는 반이라는 것이다.


그는 “요점정리 프린트물을 공부시키느라 복사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게 일선 학교의 분위기”라며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수업을 파행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평가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학습 부진아를 가려낸다는 본래 취지를 일선 학교에서 살리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는 “평가를 공개하고 학교 별로 성적이 나오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또 “누가 학습부진아인지를 교사들이 정말 모르겠느냐”며 “학교에서도 중간·기말고사를 보고 생활을 관찰하는데 누가 공부를 못하는지 가려내기 위해 일제고사를 시행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잘라말했다.


서울 지역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일제고사 시행에 따라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나온 이후 교장선생님이 지역교육청을 다녀왔다”면서 “다른 학교 교장선생님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성적이 순서대로 거론되는데 누가 느긋하게 생각할 수 있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우리학교 교장은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이른바 ‘말년’ 교장인데도 학교에 돌아와 성적압박을 가하는 것을 보고 성적이 일제히 공개되는 이상 경쟁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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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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