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연착륙(소프트랜딩)을 시도할 전망이다. 주말동안 위안화 절상 이슈가 불거지면서 외환시장에 하락 모멘텀이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220원대에서 점차 레벨을 낮춰 1200원대 초입까지 떨어졌다. 역외NDF환율에서도 1190원대까지 밀린 환율은 하락 압력이 강해진 양상을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숏 심리가 재개됐음에도 이따금씩 불거지는 유럽 악재에 대한 잔불씨가 남아있는데다 추가 하락을 이끌 재료 부족으로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중국 인민은행의 '위안화 유연성 확대'라는 대형 재료로 문을 여는 만큼 하락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로 반등세 지속, 주식시장 호조, 외국인 주식순매수 등이 이어질 경우 환율은 1100원대 중반까지 하단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불안이 여전하고 북한 리스크도 남아있지만 이번주는 하락재료에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 사이드에서는 환율 하락세 재개를 의식한 수출업체 네고물량, 외인 주식순매수에 따른 주식자금, 위안화 절상 소식에 기댄 역내외 숏플레이 등이 예상된다.
수요사이드에서는 저점을 인식한 수입업체 결제수요와 외환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물량 등이 하락폭을 제한할 수 있다.
◆중국 위안화 유연성 확대 발표..'일시 절상'아닌 '점진적 절상'
주말동안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환율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7월 달러 페그제 도입 이후 약 2년간 6.83위안에 고정돼 온 위안화 환율의 점진적 절상을 용인하겠다는 방침인 만큼 적잖은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환율에서는 하락 재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원화 및 아시아통화의 동반 절상 가능성에 배팅하는 역내외 투자자의 숏 플레이를 불러올 전망이다.
인민은행은 성명을 통해 한번에 위안화를 절상하기보다 점진적으로 탄력있게 환율 상승을 용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미 위안화 실질 환율은 유로대비 상승한 만큼 절상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시 절상이 아니라 올해 안에 약 3% 내로 점진적 절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외환시장에 줄 수 있는 충격 역시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유럽 리스크, 규제 리스크 등으로 불안하던 시장이 다소 안정을 되찾았음에도 하락 모멘텀이 없어 고심하던 시장 참가자들에게 이번 중국의 유연성 확대 조치는 숏심리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조치가 오는 24일 열리는 미중 경제전략대회와 오는 26일~27일 열리는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나온 만큼 '전략성 플레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원·달러 환율이 1190원선을 무너뜨릴 경우 다음 지지선이 1160원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락 압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당국 개입 경계, 레벨 사수의지 없으면 밀릴 듯
외환당국이 1200원을 강하게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일지가 환율 낙폭 확대의 관건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외환당국은 특정 레벨이 아닌 급격한 변동성을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다.
따라서 이번 위안화 절상 이슈로 인해 환율이 밀리는 부분은 어느 정도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레벨별로 속도 조절 차원의 미세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1190원대로 환율이 떨어진 후에도 레벨 사수에 대한 당국의 움직임이 관측되지 않을 경우 숏플레이가 더욱 가중될 수 있다.
지난주부터 환율이 악재를 어느 정도 소화하고 아래쪽에 대한 방향 타진에 들어간 만큼 심리적으로도 하락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증시 호조, 외인 주식 순매수 지속
최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6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기록중이다. 이 기간동안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사들인 주식 규모는 1조4680억원에 달했다. 코스피지수도 1700선에서 견조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주식 매수 흐름이 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세는 더욱 힘을 받을 수 있다. 위안화 절상으로 중국 증시로 자금이 몰릴 경우 코스피지수도 함께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주식 순매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주식 자금 유입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럽 악재 일정부분 소화..유로달러 1.23달러대 반등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리스크는 어느 정도 시장에서 소화된 재료로 인식되고 있지만 여전히 복병이 되고 있다. 언제 어떤식으로 악재로 돌변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주 유로달러가 1.22달러대에서 1.24달러대까지 2빅에 가까운 반등폭을 기록한 만큼 시장의 기대감은 높다.
유로화는 지난 5월3일 1.32달러대에서 한달 반만에 1.19달러대에 저점을 찍으며 무려 13빅이 빠졌다. 그만큼 유로 숏 포지션이 깊은 상태임을 반증한다. 따라서 유로 숏커버 및 저점 매수세가 촉발될 경우 반등폭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
유럽연합(EU)이 유럽 은행권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7월 중순께 발표하기로 한 만큼 당분간 유럽 악재가 소강 국면을 나타낼 가능성도 있다. 7월에는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도 대규모로 몰려있어 이때까지 유럽에서 별다른 악재가 없다면 원달러 유로달러 반등을 하락 재료로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MSCI지수 발표, 시장 영향 제한적
오는 22일에는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 지수 편입여부가 발표된다. 이미 시장에서 편입 기대감이 식은 만큼 증시 및 외환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시장에서는 MSCI 바라 측이 한국 정부에 올해 한국의 선진지수 편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고성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따라서 환율에 미치는 영향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시장 실망감이 선반영된 상황에서 지수 편입이 성사될 경우 환율 하락세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채권 및 주식관련 외국인 자금이 유입될 경우 환율 하락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3일 미 FOMC, 23~27일 G20 의식될 듯
오는 23일 열릴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무난하게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경제지표가 그리 좋지 못해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섞인 코멘트나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이 나올 경우 환율도 한차례 흔들릴 수 있다.
이번주 국내 시장에서는 주목할 만한 지표가 없는 가운데 오는 22일 미국 5월 기존주택매매, 23일 신규주택매매, 24일 미국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등을 살펴볼 만하다.
오는 23일, 2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20회담을 앞두고 주후반 원·달러 환율이 주춤하며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은행세 도입과 관련 '은행부과금'이라는 형태로 논의 의제를 내놓을 수 있는 만큼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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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기자 sig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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