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넘버 1'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은퇴했다.
고국인 멕시코에서 3일 막을 내린 트레스마리아스챔피언십이 '고별전'이었다. 오초아가 이후 투어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깜짝 선언'은 현실이 됐다.
오초아는 대회 직후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오초아의 은퇴는 무엇보다 명예의 전당 포인트를 이미 다 채워 2년이라는 '시간'만 지나면 자동 입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욱 놀랄만하다.
오초아의 은퇴는 물론 결혼이 가장 큰 동기다. 오초아는 지난해 12월 멕시코 최대항공사인 에어로멕시코의 최고 경영자 안드레스 코네사와 결혼한 뒤에 틈만 나면 "투어 보다는 가족이 중요하다"고 은퇴를 시사했다. 코네사는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수재 경영인으로 이혼한 전처와의 사이에 아이 셋을 두고 있다.
오초아에게는 결국 2년 뒤에 얻을 수 있는 프로골퍼 최고의 영예마저도 가족 앞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오초아는 현역시절에도 언제나 가족과 친구, 종교, 더 나아가 조국 멕시코가 우선이었다.
오초아는 실제 2007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新 여제'의 자리에 등극하자마자 가장 먼저 멕시코에 오초아재단을 설립했다. 오초아재단은 특히 과달라하라에 초등학교를 세우는 등 멕시코의 문맹 퇴치라는 엄청난 자선사업을 전개했다.
오초아 역시 미국무대에서 활약하는 내내 짬짬이 동포들이 일하는 공장을 찾아 다과회를 베풀면서 "희망을 잃지 말라"고 격려하는 '희망 전도사'의 역할을 해냈다. 오초아의 인기는 자국내 여론조사에서 멕시코 대통령보다도 높은 지지율을 받을 정도였다.
미국 언론이 미국인이 아닌 오초아에게 온갖 찬사를 쏟아내는 것도 이때문이다. 제이 코핀 미국 골프채널 칼럼니스트는 "오초아는 주위에도 행복을 나눠주는 사람"이라며 "이제는 특별한 선수에서 특별한 인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표현했다. 20대의 어린 나이에 '나눔 활동'에 앞장서는 '휴머니즘'은 국적을 막론하고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기자는 우리 선수들도 언젠가는 모두 오초아처럼 '큰 그릇'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누구보다도 큰 자기희생을 감내하고 세계정상에 우뚝 선 입지전적인 선수들이 많아 아직은 우승에만 연연하는, 그래서 한국에 올 때도 출전료를 먼저 따지는 일부 선수들의 '소탐대실'이 남아있지만 연륜이 쌓이면서 이런 부족함은 곧 사라질 것이다.
때가 되면 대다수 선수들이 오초아 못지 않게 어려운 후배와 이웃들을 위해 '나눔활동'을 펼칠 것이고, 소렌스탐과 카리 웹처럼 자국의 골프대회에는 무조건 출장하는, 그래서 조국의 '골프라는 파이'를 키우기 위해 앞장설 것이다. 반드시 그럴 것이다. 그래야 한국의 골프가 나날이 발전하고, 미래에도 지구촌 골프계를 지배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골프전문기자 golf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