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국내 처음으로, 지금도 '노부킹 시스템'을 운영하는 골프장이 있다.
그게 가능하냐는 질문이 이제는 무색하다. 성수기 때도 길어야 1시간 반이면 라운드를 할 수 있다. 골프장에 도착해 식사와 퍼팅 연습에 딱 맞을 시간이다. 더욱이 물 좋고, 공기 맑기로 유명한 충북 진천이다. '살아서 진천(生居鎭川)'이라는 옛말을 되내이며 이번 주에는 <골프三매경>이 천룡골프장으로 떠나본다.
▲ "세마리 용에게 도전하라"= 천룡골프장이 벌써 개장한 지 15년이 흘렀다. 개장 당시 화두는 '노부킹'이었다. 회원권이 있어도 성수기 예약이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라는 지옥의 부킹난 속에서 예약을 안 해도 된다니. 회원 수가 적어서 가능하고, 지금도 매끄럽게 운영되고 있다. 티타임이 정확히 필요한 비즈니스 골프를 제외하고는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황룡과 청룡, 흑룡 등 '세 마리 용(龍)'으로 구성된 27홀은 일본의 코스 디자이너 가토오 후쿠이치가 설계했다. "시간과 계절, 그리고 기후조건에 따라 코스가 바뀌는 것은 물론 공략방법까지도 바뀔 수 있도록 고려한 설계"라는 설명이다. 티잉그라운드 선택에 따라 색다른 코스를 만날 수도 있다. 진행을 위해 레이디티를 화이트티보다 50야드 이상 당겨놓은 골프장과는 격이 다르다.
'하이라이트'는 청룡 6번과 9번홀, 황룡 3번홀과 흑룡 2번홀이다. 페어웨이와 러프가 확실히 구분돼 정확도가 일단 스코어의 기준을 정한다. 러프조차도 길어야 할 곳과 짧아야 할 곳을 확실히 경계 지었다. 아웃오브바운스(OB)는 물론 해저드, 벙커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그린도 2단그린이다. '신상필벌'을 위해서다.
▲ "농촌체험하세요~"= 불꽃 라운드가 끝났다면 동네구경에 나서보자. 진천은 관광지도 좋지만 마을 '둘러보기'도 새로운 경험이다.
금강 상류의 청정지역인데다 재해가 없어 산물이 풍부한 '꽃이 피는 마을'(이월면 삼용리)과 '명심체험마을'(백곡면 명암리)이 진천군을 대표한다.
삼용리에 위치한 '꽃이 피는 마을'은 특히 지형이 세 마리의 용을 닮았다 해서 붙여졌다. 대규모 장미 화훼단지가 조성돼 있는데 55호나 되는 농가가 장미를 재배하고 있어 온동네가 '꽃천지'다. 지역 축제가 연중 열리며 주변에 왜가리번식지, 삼용리백제토기요지, 신헌고택 등 '볼거리'도 많다.
명심체험마을은 진천군 북쪽에 있다. 산자수려한 무제봉, 백성봉, 옥녀봉 등 3개의 봉우리 안에 앉은 마을이다. 봉우리들 사이에 계곡과 바위가 이루는 폭포와 단풍나무가 장관이고, 1급수의 맑은물 보존지역으로 정해져 있을 만큼 물도 깨끗하다. 체험학습장과 펜션, 황토찜질방, 향토음식점 등을 갖추고 도시민의 휴식장소로 운영되고 있다.
▲ 물회비빔밥에 입안이 '얼얼'= 여기서는 맛집을 찾아 골프장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일반인에게 조차 맛집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다.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릴 수 있는 메뉴가 물회비빔밥이다. 갓 뜬 회와 야채를 살얼음으로 얼린 양념과 함께 비빈다. 입안이 얼얼하지만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콩가루에 버무린 쌀밥을 넣어 비비면 한그릇이 뚝딱이다. 회도 넉넉하다.
이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는 특선메뉴가 수시로 바뀐다. 요즘에는 와인과 함께하는 지중해식 양갈비 코스, 리츠칼튼호텔 출신 조리장이 선보이는 일식코스요리, 자연산 곤드레밥 정식 등이 준비되어 있다. 장어와 전복, 한우갈비를 고아 만든 보양탕도 라운드 뒤에 기력을 보충해주는데는 그만이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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