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거래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주거나 받은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죄'가 10월부터 시행된다. 이제까지는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제약사 등만 처벌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 등도 함께 벌을 받게 된 것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고질적인 의약품 리베이트 비리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벌금액이 당초 1억5000만원에서 국회 통과 과정을 거치며 3000만원으로 대폭 낮아진 게 대표적이다. 쌍벌죄 도입 취지를 퇴색시키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이 정도의 벌금으로 리베이트 수수 관행이 사라질 리 있겠는가.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해 약값을 현금으로 결제하거나 결제를 빨리 할 때 할인해 주는 '백마진'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비판의 소지가 있다.
학술대회 및 임상시험 지원, 기부 행위 등 갖가지 처벌 예외규정을 둔 것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예외 규정들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리베이트를 주고받는 통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처벌에 대한 반작용으로 리베이트가 음성화하고 수수액은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까닭이다. 정부는 법 시행에 앞서 시행령 등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쌍벌죄 도입 자체가 지닌 의미는 크다. 리베이트 비용이 사라지면 약값 인하 효과가 생기고 그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제약사들이 리베이트 비용을 연구개발(R&D)에 돌려 쓴다면 제약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영업력에 기대어 복제약을 파는 구태에서 벗어나 과감한 R&D 투자로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의료계가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대한의사협회는 리베이트의 원인이 의약분업에 있다면서 폐지를 주장하는가 하면 다음달 16일에 규탄대회를 열겠다고 한다. 리베이트를 받지 않으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난다는 것인가. 철딱서니 없는 어린아이 같아 보기 안쓰럽다. 서울성모병원은 어제 쌍벌죄 도입 확정 이후 처음으로 '리베이트 없는 병원'을 천명 했다. 제2, 제3의 서울성모병원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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