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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없는 신용평가사 다시 '도마'

시계아이콘01분 43초 소요

[아시아경제 이선혜 기자]신용평가사의 역할론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그리스 국채를 '정크본드(투자부적격)'로 강등하면서 이른바 '뒷북' 논쟁에 휘말린 것.


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정크'로 내린 것은 이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0%에 육박한 후였다. 무디스와 피치는 여전히 그리스를 투자적격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투자 판단의 길잡이가 돼야 할 신평사가 시장에 후행하자 또 한 차례 신뢰성에 흠집이 생긴 것.

신평사 '뒷북'에 시장 혼란만 가중 = 단순히 '뒷북'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이 '뒷북'으로 수많은 포트폴리오가 조정에 들어가 대규모의 그리스 국채 매도를 초래, 시장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리스 국채 보유기관은 주로 연기금과 보험사 등으로 이들의 포트폴리오 구성 규정에는 특정 등급 채권의 비율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정크 본드로 강등된 그리스 국채는 팔아치우고 보다 안정적인 등급의 채권으로 채워야 하는 상황인 것.

금융서비스 제공업체 아세나곤의 마틴 하프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용등급 강등으로 연기금 등 수많은 투자자들이 더 이상 그리스 국채를 매입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S&P는 그리스 구제금융안이 본격 논의되는 시점에서 신용강등을 발표해 재정위기 해소에 대한 기대감에 찬물을 부은 것은 물론, 사그라지어가는 불씨에 기름을 질렀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IMF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는 "신용평가사가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인지 역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신용평가사가 유용하긴 하지만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공신력 사라진 신평사 평가 = 신용평가사의 평가에 따라 기관들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만큼 이들의 시장 파급력은 높다. 그러나 문제는 이들의 평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정하고 정확하게 이뤄지는지 여부다.


미국 상원 국토안보위원회 산하 상설조사소위의 칼 레빈 위원장은 "신용평가사는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부정확한 평가모델을 사용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예측하지 못했다"며 "2006년 AAA-를 부여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증권의 93%가 정크본드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부당 내부자거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고소를 당한 골드만삭스의 '아바쿠스(Abacus) 2007-AC1' 거래에 신용평가사도 일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7년 당시 S&P와 무디스가 이 증권에 최고 등급인 AAA를 부여한 것.


신용평가사와 금융기관과의 유착관계도 문제다. 신용평가사는 금융기관이 발행하는 증권을 평가해주고 이에 따라 수입을 얻기 때문에 유착관계 형성이 명약관화하다. 2006년 S&P의 한 직원은 내부 이메일에서 "우리의 물주가 증권을 발행하고 우리는 이를 평가한다"고 밝혔다. 또한 2007년 무디스의 한 간부는 직속 상사에게 "수입을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레빈 위원장은 "100여 년간 신용평가사는 월스트리트의 신뢰할 만한 심판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신뢰가 깨졌다"며 "이들은 돈을 위해 신용평가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적 개혁도 요원=신용평가사가 대출증권, 채권, 국가 신용등급 등 신용평가 전반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을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미흡하다는 것도 문제다.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지만 이를 위한 제도적 개혁은 요원한 상태다.


취임 직후부터 금융 개혁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 보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 신용평가사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서는 유난히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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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는 이제 막 침체를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들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샹탈 휴즈 대변인은 세계 경기 회복세의 취약성을 고려해 볼 때 두 번째 침체가 발생되지 않으려면 신평사의 책임있는 행동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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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혜 기자 shlee1@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선혜 기자 shle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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