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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능성에 도전...先代모험정신 다시 불지펴라

[긴급진단]기업가정신 혼을 깨워라<1>꺼져가는 한국경제 동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지표상으로는 빠른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물경제 곳곳에는 여전히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경제 주체인 정부와 공기업은 물론, 가계부채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그렇다고 해서 민간 기업들이 난국 타개를 위해 과거처럼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개인의 창업마저 부실하다. 그 결과 일자리 창출이 되지 않으면서 청년층을 비롯한 거의 모든 계층의 실업이 만성화되는 양상이다. 고용없는 성장 우려도 그 뿌리가 여기에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기업, 연구소 등 각계에서 기업가정신이 후퇴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이런 맥락에서 어떠한 난관도 극복하면서 불모지에서 시장을 개척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가 정신이 살아야만 창업과 투자가 이뤄져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견인할 수 있다는 지적이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온오프 통합미디어 시장을 개척해온 아시아경제신문이 그 정신에 걸맞게 이 시대가 요구하는 기업가정신의 위기의 현주소와 대책을 집중 조명한다.<편집주>

◆설비투자 R&D 기업가정신지수 줄줄이 후퇴
최고경영자(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초부터 비즈니스프렌들리(기업친화적)정부를 표방하면서 기업과 관련된 각종 규제완화와 세제지원을 강도높게 펼쳐왔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기업이 고용과 투자를 늘려야 경제가 산다는 신념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물론,청와대 참모와 지식경제부를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도 때만되면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기업가는 장사꾼이 아니다. 진정한 기업가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발명가다. 진정한 기업가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해결사다"고 강조한 주인공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새해 처음으로 해외방문지인 인도를 방문했을 때 인도시장 개척의 선구자인 현대차 첸나이공장을 가장 먼저 찾아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천안함 사태로 정국이 혼란스러웠을 때인 지난 8일에도 당진의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준공식에 참석해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남들이 멈칫할 때도 미래를 내다보며 계속 과감한 투자를 해 오늘을 만들어 낸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기업가정신이야말로 잿더미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 경제의 진정한 힘"이라고 강조한 것도 역시 같은 연장선에 있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기업가 정신을 강조한 사람중 둘째 가라면 서러워한다. 최 장관은 "1960년대 미국의 '포린어페어스'가 대한민국의 경제적 부흥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지만, 그 상황에서 1%도 안되는 가능성에 도전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고(故) 정주영 회장의 말씀처럼 '길이 없으면 길을 찾고, 찾아도 없으면 길을 닦아 나가는' 신념으로 도전했던 기업인들"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기업가정신은 "기업가들의 행동적 특성을 나타내는 개념으로서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혁신적 사고를 통해 기업의 창업과 성장을 도모하는 핵심 역량"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론경제학의 아버지인 조지프 슘페터 교수는 혁신과 기업가정신을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라 할 정도로 기업가정신을 중시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의 현실을 돌이켜보면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하워드 H 스티븐슨 교수가 말한 "기업을 설립하거나 혁신 또는 위험을 감수하는 정신"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기업가 정신 지표 갈수록 떨어져
기업가정신을 대변하는 각종 지표는 기업가정신의 후퇴되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창업활동의 경우 양은 매년 5만개 이상 신설 법인이 생겨날 만큼 풍부하다. 한국은행과 중소기업청 조사에 따르면 연간 신설 법인 수는 2004년 4만8585개에서 2005년 5만2587개로 소폭 증가한 뒤 2006년(5만512개), 2008년(5만855개), 2009년(5만6830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창업의 질은 다르다. 대다수 창업이 생계형이거나 늦깎이 창업이다. 혁신과 위험감수와는 거리가 멀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이 중소기업 402개 대표를 대상으로 '기업가 정신의 발현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1년 이전에 창업한 기업가의 평균 연령이 37.3세 인 것에 반해, 2001~2004년 평균 창업 연령은 43세, 2005년이후는 45.2세를 기록했다. 늦깎이 창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모험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창업 기업가 정신의 쇠퇴를 반영한 것으로 봐도 크게 틀림없다.


이런 창업행태로 우리나라는 세계은행의 2010년 기업경영 여건 평가결과에서 2009년에 비해 4단계 개선된 19위로 평가됐으나 창업부문은 전체 순위를 크게 밑도는 53위에 그쳤다. 기업가정신 지표 중 하나인 설비투자도 마찬 가지 현상을 보인다. 지난 1991~1997년 연평균 11% 증가했으나 외환위기(1998~2008년) 이후 2.5%로급격하게 떨어졌다.2002년 52.6% 였던 20~30대 벤처 CEO 비중 역시 지난해 11.8% 까지 급하락했다.


기업가 정신의 다른 지표인 연구개발(R&D) 도 부진해 그 성과 또한 미약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100만 명당 국제특허 출원 건수는 2000년 31.1건에서 빠르게 증가하며 2003년 OECD 평균(60.6건)을 웃돌았다. 그러나 2006년 109건을 정점으로 2007년 102.8건으로 감소했다. 2003년 이후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으나, 경제활동인구 100만 명당 200건 이상의 국제특허 출원건수를 보이고 있는 일본(2007년220건)이나 스위스(2007년 210건)와 같은 선도국과 비교하면 이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150건 내외의 국제특허 출원건수를 보이고 있는 독일과 스웨덴과 비교해도 절대적으로 낮고 120건 내외의 핀란드와 덴마크보다도 낮다.


이러니 기업가 정신지표가 참담한 수준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기업가정신지표는 1977년 72.3점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1980년대 22점, 1990년대 9점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6점으로 주저 앉았다. 1977년과 비교하면 5분의 1수준. 기업가 정신지표는 5인 이상 제조업체수 증가율과 설비투자액 증가율, 민간연구개발비 증가율 세 가지 요소를 합산한 지표다.


기업가 정신의 쇠퇴로 성장잠재력 위축의 결과를 낳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성장잠재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은 1980년대(1980∼1989년) 7.9%였으나 1990∼1997년 7.0%로 하락한이후 998∼2007년 4.5%로 떨어졌고, 2008∼2009년 3.8%로 쪼그라들었다. 국가부채와 국민연금 등의 부담을 진 후손들을 위해 기업가 정신이 더 없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위기에 강한 한국, 경기침체일수록 기업가정신 발현 기회
전문가들은 "기업가정신은 위기일수록 빛을 발한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신산업질서로 재편되는 기업환경속에서 한국형 기업가정신의 발현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김학수 연구위원은 "기업가 스스로도 도전적인 자세로 새로운 기술과제품개발에 노력함으로써 기업가정신의 근원적 함양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여건을 조성해 주는 정책적 환경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세부담 수준을 OECD 평균 이하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감세정책을 통해 기업가정신을 제고하고, 이는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 며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KIET) 김원규 선임연구위원은 "우리의 경우 현재의 위기 극복과 위기 이후의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 기업가정신의 함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면서 "단기로는 창업 등 기업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다양한 진입규제의 철폐, 녹색산업 관련 규제 및 애로요인 해소 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멀게는 청년층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규교육과정에서 기업가정신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여성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여성 기업가양성 관련 프로그램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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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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