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선영 기자]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로 내려서면서 외환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원·달러 환율은 진짜 빠르게 내린 것일까.
한국은행이 그동안 발표한 '분기별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올 3월말에 1131.3원으로 전분기말 1164.5원에 비해 33.2원 하락했다. 석달동안 2.9%정도 원화가 절상된 셈이다.
이같은 원화의 절상 및 절하폭은 지난해 분기별 수치에 비하면 그리 크게 확대됐다고 볼 수는 없는 수준이다.
원화는 분기별로 지난해 1분기말 환율이 오르면서 전분기대비 9.0% 절하된 후 2분기에는 8.6%, 3분기는 8.1%씩 절상됐다.
지난해 4분기말 원화는 전분기대비 환율이 13.6원 하락하면서 1.2% 절상됐다. 외환당국이 연말 종가관리에 나서면서 환율 하락폭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말에 비하면 절상폭이 늘었지만 8%~9%대에서 2%로 줄어든 절상폭은 오히려 안정적인 셈이다.
물론 이 역시 외환당국이 연초 역외투자자들의 원화 강세 베팅에 1117.5원까지 저점을 내 준 후 바짝 속도조절에 임한 결과라 할 수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환율 하락속도가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 "호주나 인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는 느린 편"이라며 "환율은 국내 경제의 펀더펜털과 외환시장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그는 "환율 움직임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과도한 쏠림이나 투기세력이 있을 시 스무딩오퍼레이션을 통해 안정를 꾀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윤장관이 우리나라 환율 하락 속도가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들에 비해 느리다고 언급한 것은 국내 펀더멘털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환율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는 당국의 입장을 가늠케 한다.
국내 펀더멘털은 금융위기 회복 과정에 튼튼하게 유지되고 있다.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이 22거래일만에 순매도로 소폭 전환하기는 했지만 그간 견조한 순매수 흐름을 보였고 경상수지 흑자도 여전하다.
오는 5월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외인 주식자금 유입 가능성, WGBI 및 MSCI 지수 편입 가능성 등도 대기하고 있는 만큼 환율 상승재료가 빈약한 것도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이 임박했다는 기대감은 당국이 예의주시하는 대형 재료가 되고 있다. 이는 심리적으로 환율 하락 재료로 작용할 뿐 아니라 실제 수급상으로도 역외매도를 불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9일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중국 위안화 절상에 따른 영향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총재는 "경기관련 하방위험으로 유럽의 여러가지 경제 상황이 과거에 비해 호전됐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고 위안화 절상 관련 문제가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그에 대해 대책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심리적 쏠림까지 감안해야 하는 당국으로서는 위안화 절상에 대한 기대감이 환율 하락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심하다는 핑계로 외국인이 주식순매수를 일시적으로 접는 상황에서 증시 상승이 주춤하면서 일부 조정을 받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위안화 절상 이슈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환율이 1100원선까지가는 것은 시간의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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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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