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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산업 통한 '경제보국' 미래 꿰뚫은 혜안 '화룡점정'

재계 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DNA서 찾는다 <5>두산그룹 박두병 회장 ④ <끝>
건설사업·유리병 제조업 등 적극 참여
부친부터 이어온 무역업 통해 호연지기
한국중공업 등 인수 두산그룹 전통 정립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언젠가는 OB그룹(현 두산그룹)도 국가가 필요로 하는 기간산업을 담당해야 한다."

연강 박두병 회장이 틈날 때마다 주변 지인들에게 밝힌 말이다.


동양맥주(현 OB맥주) 사업에 온 힘을 기울여온 박두병 회장은 하지만 맥주사업을 넘어 "사회와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중화학 공업 진출을 꿈꿔왔다. 이는 산업의 흐름을 읽는 박두병 회장의 눈이 탁월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버지 매헌 박승직 창업주로부터 박승직 사업을 물려받은 그가 두산상사를 통해 처음 시작한 사업이 무역업이다. 부족한 물자를 해외에서 들여오기 위해 시작했지만 우리 산업이 성장하면 수출을 많이 할 것이며,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역업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중화학공업도 새로운 세상을 열어나가기 위해 반드시 참여를 해야 한다고 여긴 것이다.


1960년대에 접어들어 박두병 회장은 정부가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7~1972년)을 통해 중화학공업 건설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박두병 회장은 이제 그 적절한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해온 전혀 다른 분야로 곧바로 진출하는 것은 위험도가 컸다. 따라서 박두병 회장은 우선 동양맥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관 사업체를 설립하고 기존 사업과는 성격이 다른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했다.


처음으로 설립된 계열사는 오늘날 두산건설의 전신인 동산토건이었다. 동양맥주 영선과를 독립시켜 1960년 7월 1일 설립된 동산토건은 업체들의 난립으로 어수선한 상황속에서도 착실히 실적을 쌓아올렸고, 1966년 7월에는 기존 토목ㆍ건축업 면허에 전기공사ㆍ설비공사 면허를 추가해 수주 영역을 확대했다.


건설업에 이어 박두병 회장이 눈을 돌린 분야는 기계공업이었다. 그는 지난 1967년 봄부터 맥주생산을 지원하는 기계제작 회사의 설립을 추진해 그해 5월 1일 동양맥주의 시설 개보수를 맡고 있던 공무과를 분리 독립시켜 윤한공업사(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설립했다.


관련 업체의 시설 개보수 공사에 머물던 윤한공업사는 1968년부터 영업종목에 자동차 정비사업과 전기 가공사업을 추가해 매출증대와 자립기반의 전기를 마련했다. 특히 네온사인과 아크릴 간판의 제작 및 수리를 주로 했던 전기가공사업은 업체별 광고 시설물 외에도 서울 시내 대부분 업소의 네온사인 강판, 전국 주요도시의 중심가와 김포공항, 경부고속도로변의 대형 입간판 등을 대량 수주하며 회사는 안정궤도에 올라섰다.



한편 박두병 회장은 휴전 이후 해결되지 않고 있는 맥주병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 유리병 제조공장 직접 설립을 모색했다.


이런 가운데 1969년 4월 당시 국내 유일의 판유리 회사인 한국유리공업과 농어촌개발공사가 합작한 유리병 생산업체 한국병유리가 설립됐다. 설립 과정에서 박두병 회장은 지분 참여를 요청 받았으나 의견이 맞지 않아 참여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사업계획을 추진했다.


유리병 최대 수요자인 동양맥주가 빠질 경우 한국병유리는 사업에 큰 차질이 불가피했다. 결국 정부는 한국유리가 보유한 한국병유리 지분 65%를 동양맥주에게 인계하기로 결정했으며, 박두병 회장은 회사를 인수했다. 1971년 4월 일산 28만개의 군포공장이 완공된 후 한국병유리는 맥주병과 콜라병 수급 문제를 해결하고 코카콜라로부터 코카콜라병 생산 자격도 확보해 1972년 3월에는 일본에 코카콜라병 662만4000개를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동산토건과 윤한공업사, 한국병유리는 설립 초기에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2000년대 한국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그룹 체제를 중공업으로 180도 전환시킨 두산그룹의 현재를 만든 밑바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두산그룹 고위 관계자는 "두산의 변신을 '획기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변화는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면서 박승직상점 상호를 버린 매헌 박승직 창업주부터 이어진 두산 오너 일가의 전통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박두병 회장이 1900년대까지 살아서 대변화의 시기를 경험했다면 그 또한 OB맥주를 버렸을 것"이라면서 "이는 중공업 중심인 두산그룹이 머지않아 새로운 사업을 중심으로 다시 변신할 것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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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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