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지연진 김도형 기자]서해 백령도 서남방 1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초계함 천안함(1200t급)사고의 원인 규명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선체의 함수와 함미가 떨어져 있는데다 빠른 물살과 혼탁한 수중 시계 등으로 인양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천안함이 짧은 시간안에 침몰한 원인과 관련해 크게 외부 피격과 내부폭발로 나눠 접근하고 있다. 외부 피격의 경우 북한군의 어뢰공격과 수중 기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으며, 함정 내부 폭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체 내부에 있던 유증기(기름이 증발하면서 생긴증기) 폭발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원인이 무엇이든 해군해난구조대(SSU)요원들이 파손된 천안함을 육안으로 확인한 뒤에야 1차 판단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내부폭발이라면 함정의 철판이 위로 튀어나오고 ,외부 피격이라면 안으로 휘어지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북한 어뢰공격했을까= 천안함이 두동강나서 급속하게 침몰한 원인으로는 어뢰공격이 첫번째로 꼽힌다. 북한군은 현재 1700t급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확보하고 있고 레이더에 포착하기 힘든 반잠수정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잠수함이나 반잠수정에서 어뢰를 발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추측해볼 수 있다. 구경 500mm급 이상 어뢰가 발사됐다면 함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완파된다.
그러나 사고 해역의 수심이 30m안팎이어서 잠수함이 활동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반잠수정이 구경 406㎜ 경어뢰급 어뢰를 발사했을 가능성이 남아 있다.수심도 반잠수정의 작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천안함에는 어뢰감지기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어뢰가 발사됐다면 회피기동을 했을 게 분명하다. 아울러 천안함 침몰직후 인근 해역에서 작전중이던 우리 함정들이 어뢰 음파 같은 이상징후를 탐지했다는 공식보고는 없다. 더욱이 북한이 잠수정을 접근시켜 어뢰를 쏜다는 것은 전쟁에 준하는 도발행위인 만큼 북한에게는 매우 부담이 가는 '카드'다.
◆기뢰 폭발했을까= 기뢰는 폭약을 넣어 바닷속에 설치하는 지뢰다. 바다위를 떠다니는 '부유기뢰'를 비롯, 수중에 설치하는 계류기뢰,바닥에 가라앉히는 '해저기뢰' 등이 있다.또한 함정에 부딪혀야 터지는 것과 수중에 있다가 함정이 지나가면 음파 등을 감지해 터지는 것도 있다.때문에 어뢰는 스크루가 돌아가는 후미를 공격하고, 기뢰는 함정의 앞부분이나 측면에 타격을 준다는 게 정설이다.
겨울철 서해안 해류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만큼 북한측에서 유실된 기뢰가 원인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고의로 설치한 계류기뢰나 해저기뢰,혹은 우리군이 유실한 기뢰가 터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기울어진다.
선박 전문가들은 기뢰가 터지면 수중에서 충격파가 생기고 그 때문에 함정이 '붕' 뜨는 현상이 생긴다고 지적하고 있다.천안함 생존자들도 20~50cm쯤 떠올랐다고 증언하고 있어 '기뢰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내부 폭발로 침몰했을까= 생존자들은 배 뒤에서 폭발음이 들린다음 엔진이 꺼지고 정전이 됐으며 곧바로 함체가 기울어졌다고 증언하고 있다.폭발음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싣고 있던 화약과 폭탄, 인화성 물질의 폭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2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해군 준장)은 "탄약에 폭발성 화학물질(TNT)를 장착해 터뜨린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즉 고의로 트뜨리지 않는다면 터지기 힘들다는 말이다.
유증기(Oil Mist)폭발도 제기되고 있지만 당시 천안함 최원일 함장은 "폭발음이 펑하며 단음이 났다"고 설명했다. 유증기가 폭발하면 다발적으로 폭발음이 나기 때문에 이것의 가능성 또한 낮다. 무엇보다 생존자들은 화약냄새가 나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전문가 의견은= KAIST 해양시스템공학부의 신영식 교수는 천안함 침몰원인에 대해 '외부적인 요인'을 꼽았다. 신 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다 가능성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현대함인 천안함이 두 동강이 난 것은 폭발이 외부에서 생겼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기뢰와 어뢰 피격 가능성을 모두 배제하지 않았다.
천안함과 같은급인 공주함장을 지낸 김태준 한반도안보문제연구소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면서 "기뢰, 어뢰, 함 자체폭발 모두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김 소장은 "어뢰는 레이더 상으로 잡히는 게 아니고 얕은 수심에서는 소나 작동을 통해 알아내기도 힘들다"고 지적해 어뢰 피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 "현재 함선의 파괴 크기나 사고형태 침몰속도, 폭파 부분 등을 종합하면 경어뢰나 계류기뢰에 의한 파격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국방연구원 출신인 송 의원은 "사고 지역이 수심 24m인 백령도 남쪽 1.4㎞이기 때문에 잠수함이 매복해 공격하기는 어렵지만, 반잠수정을 이용한 계류기뢰(부력을 이용해 추에 줄을 연결해 수중에 설치하는 기뢰)의 공격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그는 특히 "북한이 이란에 판매한 대동-B 반잠수정이 바로 물 위에 떠다니다 수면에 들어가는 반잠수정"이라며 북한의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아울러 그는 "어뢰는 한 번 맞으면 1200t급의 천안함은 물론, 3000t이나 5000t급 구축함, 1만t이 넘는 순양함도 바로 두 동강이 나 격침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화재 등에 따른 내부폭발의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함선에서 기름이 유출됐을 때에는 처음에는 산소에 의해 폭발하고, 계속 폭발에 의해 산소를 끌어들여 여러 차례 폭발한다"면서 "단 번에 선체를 두 동강 내기 전에 배 전체가 화염에 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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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지연진 김도형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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