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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이 버핏의 눈밖에 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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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 충격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파산 1년만에 나온 22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158년 역사의 금융회사를 파멸로 몰아간 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투자의 거장 워런 버핏이 투자 요청을 외면한 뒷얘기도 공개했다.


리먼이 파산 보호를 신청하기 전 버핏에 간곡하게 투자를 요청했다. 하지만 버핏은 이를 거절하고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를 베팅했다.

리처드 풀드 회장이 버핏에게 다이얼을 돌린 것은 2008년 3월28일. 투자를 제안하는 풀드에게 버핏은 리먼 경영진도 같은 조건으로 투자한다면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풀드는 선뜻 답을 하지 못했다. 이미 경영진은 상당 금액의 보너스를 주식으로 받은 상황이라는 것. 첫 통화부터 버핏은 리먼 투자에 '입맛'을 잃었다.


버핏에게 접촉을 해왔을 때 풀드는 공매도 투기자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주가를 떨어뜨리고 유동성 경색을 악화시킨 원흉이라는 것. 하지만 버핏이 보기에 풀드의 불평은 한심한 넋두리에 불과했다. '어디 리먼이 파산 위기에 몰린 근본 것이 공매도 세력 때문이겠는가.' 풀드란 인물은 스스로의 실패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 버핏의 결론이었다. 둘 중 어느 쪽이든 경영자로서 심각한 결점을 가진 셈이다.

이후 버핏은 또 다른 사실에 경악한다. 풀드가 버핏과 통화를 하기도 전에 리먼의 한 경영진이 투자 사실을 직원에게 알리기 위한 서한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풀드가 서한의 작성 경위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버핏은 풀드의 제안을 받은 후 리먼의 재무 현황을 면밀히 점검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뜯어보는 것은 평소 버핏의 '취미'다. 가뜩이나 큰 관심을 느끼지 못했던 버핏은 투자해서는 안 된다는 최종 결정을 내린다. 부동산 자산과 하이일드채권, 파생상품의 대량 거래와 구조화 증권상품까지 금융위기의 원흉이 됐던 요인이 리먼의 재무제표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었던 것.


설상가상, 리먼이 일본에 1억달러의 문제 여신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풀드가 이 사실을 숨겼다는 사실도 알아차렸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버핏이 투자 제안을 거절하는 껄끄러운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풀드가 먼저 전화를 걸어 경영진이 같은 조건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버핏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기 때문.


리먼의 투자 제안을 거절하는 과정에서 알 수 있듯 경영진과 주주 간의 긴밀한 관계는 버핏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양측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만큼 기업 경영이나 투자에 중요한 요인은 없다는 얘기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뿐 아니라 아마존닷컴과 베스트바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성공가도를 달리는 기업의 경영진이 모두 상당 규모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물론 리먼 역시 경영진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많이 보유한 것이 문제였다.


최고경영자의 책임 의식도 버핏이 크게 무게를 두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공매도가 리먼을 벼랑끝으로 몰아갔지만 경영 실패의 근본적인 원인은 과도한 레버리지와 유동성 경색에 따른 지급불능이었다. 풀드가 공매도 세력에 화살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사태를 좀더 정확히 파악했다면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투명성이다. 풀드가 1억달러의 문제 여신을 숨긴 것은 하나의 단면일 뿐이다. 보고서에서 밝혀진 소위 '레포105'에서 보듯 리먼은 부채를 은폐할 수 있는 문화 또는 시스템을 상당 기간에 걸쳐 구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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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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