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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폐허에 뿌린 산업화 씨앗서 '사회공헌' 큰 싹 틔웠다

[아시아경제 김정민 기자]<3> LG그룹 연암 구인회 (3)-최종
'기업 키우는 일=사회 기여하는 일' 소신
병석에 누워서도 장학, 문화사업 등 열정
마지막 유훈도 "락희화학 기업공개하라"

연암 구인회 창업주가 일구고 상남 구자경 명예회장이 키운 LG는 3대인 구본무 회장에 이르러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LG 임직원들의 자부심은 규모가 아닌 "기업을 일으켜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사업보국'의 창업이념을 바탕으로 한 오랜 사회공헌의 전통과 문화에서 나온다.


특히 LG 특유의 협력적 노ㆍ경관계는 아직 우리 사회가 노사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조차 부족하던 1960년에 이미 금성사(현 LG전자)에 노사협의회를 발족시키고 락희화학에 설립된 노조를 통해 직원들의 복지개선에 나서는 등 기업을 개인이 아닌 임직원들과 함께 일군 재산이자 사회에 기여하는 수단으로 여긴 연암의 시대를 앞선 경영철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전란에 폐허에 산업화 씨앗을 뿌리다 =연암은 해외 출장중 스스로 속옷을 빨고 점퍼가 닳아 헤질때까지 입을 정도로 몸에 밴 근검절약을 평생동안 실천한 인물이다. 그러나 연암은 필요한 때에는 뒤를 돌아보지 않고 금고를 여는 과단성을 보여줬다.


연암이 1942년 구인회상점을 운영하던 시절, 조부와 친분이 두텁던 백산 안희제 선생에게 거액의 독립자금을 희사한 것은 사업가로서 재산뿐만 아니라 독립운동 탄압에 여념이 없던 일제에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모험이었다. 그러나 연암은 당시 돈으로 1만원이라는 거금을 내놓는데 꺼리낌이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피폐한 삶을 영위하던 동포들의 생활상을 지켜본 연암은 사업에 투신한 이래 기업을 키우는 일은 개인의 부를 늘리는 것에서 벗어나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굳게 지켰다.


내일을 기약하기 힘든 6.25전란의 혼란속에서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플라스틱 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 형제와 동료들을 설득하며 한 말은 연암이 가진 기업가로서의 소명의식을 잘 보여준다. 이때 플라스틱 사출성형기를 수입하는데 들어간 돈은 3억원. 연암이 그동안 벌어놓은 전재산이었다.


"전쟁의 소용돌이속에서 국민의 생활필수품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 아닌가. 국민의 생활용품을 차질없게 만들어내는 일도 애국하는 일이고 전쟁을 이기는데 도움이 되는 길인 기라. 그리고 기업하는 사람으로서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손대지 못한 사업을 착수해서 성공시킨다는 게 얼마나 보람되고 자랑스런 일인가 생각해 봐라"(연암평전 '한 번 믿으면 모두 맡겨라'중에서)


1947년 전란의 포성이 들리는 와중에도 플라스틱 공업에 진출, 불모지에 화학공업의 씨앗을 뿌리고 또 1958년 금성사(현 LG전자)를 창립, 국내 전자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것 역시 기업을 일으켜 국익에 보탬이 되겠다는 연암의 신념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마지막 유업으로 남은 '락희화학' 공개 ="돈을 버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라 하지만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듯, 기업이 몸담고 있는 사회의 복리를 먼저 생각하고 나아가서는 나라의 백년대계에 보탬이 되는 것이어야 하는 기라.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도 기업을 일으킴과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런 기업만이 영속적으로 대성할 수 있는 기라."(연암어록중)


구인회 회장이 1969년 타계하기전 마지막 유업으로 남긴 그룹의 모회사 '락희화학'의 기업공개는 당시 정부가 추진중이던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지원함으로써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소신이 뒷받침됐다.
연암은 당시 '회사를 팔아먹는 일'이라고 기업 공개를 반대하는 임원들에게 "기업도 이만큼 성장했으면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기여하고 공헌하는 일을 잊어서는 안된다. 기업이란 특정 개인의 재산이 아닌 우리 사회, 인류가 다 같이 누리는 재산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창업 23년만에 주식을 공개한 락희화학은 다른 회사들의 기업 공개를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됐고 1970년 5월 3일 제2회 증권의날 기념식에서 자본시장 육성에 대한 공로로 고인이 된 연암에 대통령 표창이 추서됐다.


이와 함께 연암은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투병중에도 장학육영사업, 문화사업, 사회복리사업 추진을 목표로 연암문화재단(현 LG연암문화재단)을 설립, 기업을 통해 이룩한 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는 소망을 실천에 옮겼다.


특히 선진국의 앞선 기술을 부러워하고 유능한 인재에 목말라했던 연암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이끌어날 인재를 키워나갈수 있도록 하라"는 유지를 남겼고 사후에도 그의 뜻은 연연이 이어져 오고 있다.


LG연암문화재단은 1970년부터 30년 동안 2500여명의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했으며 1989년부터는 민간기업재단으로 최초로 산학협동차원에서 대학교수들의 해외 연구기간동안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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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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