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는 하락은 시간이 해결해줄 듯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내가 왜 화났는지 꼭 말을 해야 알아?"
남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말이 바로 이것이라고 한다. 도무지 기억을 되짚어봐도 여자친구가 화낼만한 일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뭣 때문인지 여자친구는 단단히 화가 나 있고, 그 이유를 얘기하려고 들지도 않는다.
차라리 속시원하게 이런 저런 일로 화가 났다고 얘길 한다면 자기 나름대로 변명을 하거나 화를 풀어줄 방법을 고민하겠지만, 이유를 모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감하다는 것이다.
전날 국내 주식시장이 바로 이런 상황이었다. 오후에 접어들면서 코스피 지수는 마치 브레이크가 고장난 듯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뚜렷한 이유를 찾을 수는 없었다. 시장에서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재차 불거진 점, 헤지펀드의 유로 매도설, 전날 미 증시의 상승세가 과도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끼워맞췄지만, 사실 갑작스런 시장의 급락세를 설명할만한 딱 들어맞는 이유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유없는 하락은 더 무섭다. 두바이 악재로 인해 지수가 급락했던 지난해 11월말을 기억하면 더 쉽게 이해가 된다. 뚜렷한 악재가 발생하면서 지수는 급락했지만, 그 악재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이해가 생겨나면서 지수는 빠르게 반등에 나섰다. 하지만 현 시장은 이렇다 할 악재가 없는 만큼 막연하게 반등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렇다할 악재가 없는 만큼 투매에 나서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전날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판단된다면 그리스 위기가 해결국면에 접어들어있음을 확인할 필요도 있다.
25일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유로존에 대한 금융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국가부도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S&P는 현재 16개 유로존 국가들에게 모두 투자등급 이상의 신용등급을 매기고 있다는 것. 그리스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지만, 이것이 여타 유로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한 셈이다.
또한 단일 통화와 단일 금리로 묶여있는 유로권에서 내부의 지원을 통한 해결 수순은 사실상 정해져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악재가 시장을 뒤흔들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미 증시의 하락을 선반영했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국내증시의 낙폭이 과도했다는 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지난 이틀간 국내증시는 2.5%의 하락세를 보였고, 다우지수는 0.4% 상승했다. 두 증시간에 약 3%p의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미 증시의 영향을 그 누구보다 크게 받고, 최근 국내증시의 하락세가 주로 대외적인 요인에 기인했다면 미 증시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투매에 나설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증시의 변동성이 워낙 커진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 당분간 장을 지켜볼 필요는 있다.
전날 지수선물은 미결제약정이 장 중 1만6000계약 이상 쌓이며 대규모 포지션 설정을 보여줬다.
마감 후 미결제약정 수량은 7580계약 증가로 지난 12월 만기 이후 일별 최대수량 변화폭을 기록했는데, 이는 시장의 흐름이 좀 더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사흘간의 연휴를 앞두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림은 좀 더 명확해진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인 만큼 시장을 지켜보며 연휴를 준비하는 게 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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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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