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소민호 기자] 도심 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전염병처럼 번진 각종 소송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소송은 이주와 철거 등의 시점에 제기되며 사업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시키고 있다. 정부도 이렇다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 주택정책의 핵심인 도심주택공급 확대도 암초에 부딪쳤다.
정부는 지난 2008년 도심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수도권 도심에 10년간 공급량의 60%인 180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수요가 많은 도심에 주택이 많이 공급돼야 직장과 주거지의 거리를 좁히고 교통량 감소와 온실가스 감축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도심 주택공급이 부족해져 주기적으로 시장불안이 야기되고 집값 급등현상이 번번이 발생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서울 주택수요가 연 10만가구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 2004년 이후 건설되는 주택은 4만∼6만가구에 불과하다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도심 주택공급의 핵심은 재개발과 재건축에 있는 만큼 정부는 구역지정 확대, 인허가 간소화 등 구체적인 도심주택 공급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재개발사업이 곳곳에서 소송이라는 장벽에 걸려 신음하고 있다. 올해 서울 도심에서 공급예정인 주택량은 수요치의 절반 수준인 5만가구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마저도 소송 등으로 공급이 중단될 처지여서 도심주택공급 확대책은 사실상 물건너 가는 셈이다.
소송은 재개발 추진 초기부터 본격 공사가 시작되는 시점까지 다양한 단계에서 제기되는 모양새다. 특히 조합설립인가나 관리처분승인과 관련한 무효소송이 대다수다. 조합설립 과정에서 동의율이 모자랐다거나 백지동의서를 받아 설립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다.또 관리처분에서 결정되는 추가 부담금 규모나 감정평가를 통한 보상금액 산정에 대해서도 불만이 높았다.
앞으로 조합설립이 무효라는 소송은 일단 줄어들게 됐다. 지난해 대법원이 행정소송을 통해 조합설립 무효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린 영향때문이다. 조합설립을 인가받은 후 90일 안에 행정소송으로 무효여부를 가리게 함으로써 사업이 크게 진척된 후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시공사 선정이나 관리처분에 대한 이견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계다.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된 건설업체들도 이 점을 염려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많게는 수천명의 조합원들의 의견이 결집돼야 사업이 진척되는 것이 재개발사업"이라고 "현 상태로는 향후 1∼2년새 도심내 주택공급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정부가 도심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정책목표를 결정했어도 제도가 한발 늦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재개발사업 추진주체와 다른 세력들은 추진단계마다 적법하게 처리됐는지 여부를 문제삼고 있는데, 지난해 5월 이전만 해도 관리처분계획 동의율이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뒤늦게 법규가 개정돼 조합원 과반수 찬성 요건이 만들어졌지만 이미 법원들은 조합정관 변경 때처럼 조합원 3분의2이상 찬성이나 조합설립인가 동의율인 75% 찬성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판결하는 등 혼선을 빚은 후였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으로 인한 조합원들의 비용증가 등 사회적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지만 도심주택공급을 늘려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즉각적인 대응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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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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