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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왜 이렇게 '세게' 나가나

다우존스 "채권단, 별 수 없어.. '모욕' 감내해야 할 것"

[아시아경제 김병철 두바이특파원]지난해 11월 두바이월드의 채무지불유예 선언은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 두바이는 해외 언론의 몰매를 맞았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만약 두바이가 돈을 갚지 않으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것'이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그 때는 두바이가 궁지에 몰려 있었다.

며칠 전 14일, 중동 비즈니스 포털인 자우야 다우존스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두바이월드가 협상중인 220억 달러의 채무 가운데 60%만 갚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두바이월드 측이 두바이 정부가 지급보증을 해 주는 대신 이 60%도 7년 뒤 변제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두바이월드 측이 내놓을 또 다른 제안으로 부동산 개발업체 나킬(Nakheel)의 자산으로 채무의 40%를 지불하는 것을 포함, 채무의 전액을 변제하겠다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다만 이 경우 두바이 정부는 두바이월드의 채무에 대해 지불보증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 한 번 더 '모욕' 받은 채권단


이러한 추측과 소문에 대해 15일 다우존스는 "두바이월드의 채권단이 (지난해 11월의) 모욕에 이어 또 다시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두바이월드가 채무지불유예를 선언하기 전에도 두바이의 대외채무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두바이 정부가 암묵적으로 국영기업들의 채무를 보증해 줄 것이라는 채권단의 야무진 기대는 지난해 11월 두바이월드의 채무지불유예 선언으로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그런데 만일 이번에 나온 소문이 근거가 있는 사실이라면, 채권단은 또 한 번 '모욕'을 당하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채권단이 수백억 달러의 돈을 빌려주고도 오히려 채무자에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비록 두바이 정부가 채무지불을 보증한다고 하나 앞으로 7년 동안은 한 푼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7년 후에도 겨우 빌려준 돈의 60%만을 받는다고 상상해 보라.


이게 아니면 채권 전부를 회수하는 아주 그럴듯한 제안을 받아들이고 이 중 40%는 나킬의 자산으로 받는다고 해도 고민이 되기는 마찬가지다.


정확한 가치를 평가할 수도 없는 인공섬 등 나킬의 자산으로 변제받는 것도 불안한 일이지만 두바이 정부가 두바이월드의 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지 않는 이상, 채권단이 채권을 모두 회수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 채권단, 마땅한 협상카드가 없다


지난 1월 4일 버즈 두바이가 버즈 칼리파로 이름을 바꾸고 화려한 개막식을 벌이던 당시에도 채무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문이 나오기도 했다.


막상 채무재조정 협상에 나서고 보니 채권단이 두바이월드로 하여금 채무를 변제하게 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사람들은 '채무자가 어느 정도의 빚을 져야 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냉소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실제로 HSBC와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스탠더드차터드(SC) 등 채권단은 여전히 마땅한 협상카드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 때 채권단은 두바이월드를 상대로 법적인 절차를 고려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채권단이 지금의 허술한 법 체계 하에서 나올 수 있는 중재안에 큰 기대를 걸 수 없을 뿐더러 중재안의 강제력에 대해서도 그다지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5일 두바이에 채권이 많은 영국의 상무장관 피터 맨델슨 경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지 말라"고 두바이에 충고했지만 이마저도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


이에 대해 다우존스는 "두바이가 세계 5위의 석유자원을 보유국이자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의 나라 아부다비로부터 금융지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 은행들과의 관계악화를 별로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 채권단의 마지막 카드는 '핵폭탄'?! 선택, 결코 쉽지 않아


이제 채권단의 손에는 핵폭탄이라는 공도동망(共倒同亡)의 선택만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러나 채권단이 이렇게 위험한 카드를 뽑아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채권단은 두바이월드와의 협상을 거부하고 두바이를 디폴트 상태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두바이로 하여금 다시 한번 공손히 아부다비를 찾게 만들 수도 있지만 이는 두바이는 물론, 채권단에게도 너무나도 위험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채권단의 많은 구성원들이 UAE에 그 보다 많은 상업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데다가 두바이 통치자는 위험한 카드를 꺼내들려고 하는 국제은행의 영업활동을 얼마든지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우존스는 결국 "(이러한 사정을 모두 고려할 때) 채권 은행들이 지금 당장 '모욕'에 분노할 수는 있지만, 결국은 별 수 없이 이를 조용히 감내해야 할 것 같다"는 채권단으로서는 우울할 수밖에 없는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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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두바이특파원 bc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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