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의 정면충돌로 촉발된 여권 전체의 계파 갈등이 전면적 형태로 확산될 조짐이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론 추진으로 불거진 양측의 갈등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의 앙금 등 해묵은 감정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으로 보인다. 친이, 친박 진영 핵심 인사들의 발언은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이 대통령의 9일 강도론 발언과 10일 박 전 대표의 정면 반발은 애초 파문 확산을 우려한 양측의 자제로 진화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1일 오전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사과 요구와 친박계의 강력 반발에 이어 친이계의 성토가 이어지면서 이번 파문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실언으로 규정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 수석은 특히 박근혜 의원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며 이번 파문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기류를 그대로 반영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초강수를 선보였다. 박 전 대표는 청와대의 사과 요구에 대해 "그 말이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대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이 전했다. 청와대의 사과 요구에 명확한 거절 의사를 밝힌 셈.
세종시 문제로 불거진 양측의 갈등은 이제 브레이크없는 기관차처럼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상황이 됐다.
박 전 대표의 사과 거부에 친이 핵심 의원들은 강한 성토를 쏟아냈다. 정두언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최근 발언과 관련, "박 전 대표는 과거의 제왕적 총재보다 더 하다고 그러지 않았느냐"면서 "대통령한테 막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까 자신이 마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맹비난했다. 다른 친이계 의원들의 반응 역시 정 의원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격렬한 성토 일색이다.
이러한 상황은 친박 진영 역시 마찬가지다. 이성헌 의원은 청와대의 사과 요구와 관련, "어제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칭한 것 아니라고 해서 우리도 특정인 지칭한 것 아니라고 했다. 무엇을 사과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기자들이 해설기사 쓴 것을 사과하라는 것인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이정현 의원 역시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 "청와대나 정부는 당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당이 고생하며 정권창출해서 그분들도 청와대에 간 것이 아니냐" 국회를 구성하는 분들에 대해 막말하고 비하하면 안된다"며 이 대통령의 강도론 발언을 정면 겨냥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충북도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면서 "강도가 왔는데 너 죽고 나죽자 하면 둘 다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다음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듣고 "백번 천번 맞는 말씀"이라면서도 "그런데 집안의 한 사람이 마음이 변해서 강도로 돌변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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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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