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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과잉 유동성 퇴로가 없다'

- 실체 없이 공허한 논란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출구가 있기는 한 거야?' 시장은 냉소한다.


이른바 그린슛(경기회복의 어린 싹)이 모습을 드러낸 이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것이 출구전략이다. 각국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방출한 유동성은 이미 자산 버블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를 적기에 회수하는 일이 정부의 최대 난제다.

과잉 유동성이 빠져나갈 '퇴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정부의 신용과 부채에 의존한 인위적인 성장을 지속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인 데다 유럽 주변국 사태에서 이미 한계에 직면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누구나 이구동성 '출구전략'을 외치지만 시장에서는 실체 없는 논란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역력하다. 적절한 시기와 전략을 구사하지 못해 일을 그르칠 것이라는 우려와 차원이 다르다. 논쟁의 초점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과연 출구전략에 나서도 될 상황인가.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걷어낼 '히든 카드'가 정말 준비돼 있을까.

◆ 출구, 아직 시기상조 = 유럽 재정 불량국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재정위기가 고조되면서 유로존의 긴축은 생각하기 어렵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금융위기의 진원지 미국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대출금보다 시가가 낮은 이른바 '깡통주택'이 지난해 상반기 30%를 돌파했고, 2011년이면 약 50%에 이를 전망이다. 모기지 연체와 주택 압류 역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위기의 뇌관이었던 파생상품은 금융시스템의 음지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부실을 조장했던 신용평가사와 공룡 IB(투자은행)이 건재한 반면 대형 금융사 파산에 대처할 시스템은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


전례 없는 경기부양책에도 뿌리 뽑히지 않은 채 곳곳에서 도사리는 위기의 단초를 4분기 5.7%의 경제성장률로 가리기에는 역부족이다.


◆ 긴축 시늉만 해도 '경악' = 사실 출구전략을 광의의 의미에서 보면 첫 발을 내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을 필두로 선진국이 긴급 유동성 프로그램의 종료에 나섰고, 중국도 기준금리 인상을 제외한 긴축 카드를 꺼내들었다.


겨우 준비운동에 해당하는 미세조정에도 시장은 급속하게 냉각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모기지채 매입이 종료되면 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속에 최근 30년물 모기지 금리가 5% 선에 진입한 것이 대표적.


호주와 인도네시아가 기준금리 인상을 미룬 것은 '중국 눈치보기'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지급준비율 인상과 통화안정채 금리 인상 등 연이은 긴축으로 중국 경제가 크게 위축될 경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양국 경제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해석이다.


섣불리 출구전략에 나설 수도, 언제까지 미룰 수도 없는 딜레마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 출구, 실체는 없다 = 미세조정뿐 아니라 본격적인 긴축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실물경기가 탄탄하다고 가정해도 과잉 유동성을 제거할 현실적인 묘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과 별개로 선진국의 양적완화 종료나 중국의 긴축에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냉정한 평가다. 주요국이 경기부양책에 동원한 자금은 2조4000억 달러. 전통적인 긴축 카드인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는 여기서 파생되는 거품과 과열을 막아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천문학적인 유동성을 방출할 때와 같은 속도로 회수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과거 경기침체에서 확인됐다. 결국 본격적인 출구전략에 나서지도 못한 채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으로 더블딥(단기 회복 후 침체)을 맞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하원에서 마침내 출구전략에 대해 입을 연다. 은행권의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 인상이 유력한 방안으로 꼽히는 가운데 이번 증언이 전략 부재를 확인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는 출구전략의 실체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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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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