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서 많이 접할 수 있는 단어중 하나가 "國格(국격)"이다.
아직 국어사전에 등록되어 있지 않는 신조어라 생소해 하거나 의미를 정확히 알 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국격'이란 쉽게 풀어 이야기하자면, 국가의 품격, 국가의 품위라고 정의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 세기동안 대한민국은 고난과 좌절이라는 질곡의 역사를 걸어왔다. 서슬퍼런 일제 강점기에 벗어나자마자 6.25전쟁의 참화로 인해 한반도는 초토화되었고, 전쟁은 끝났지만 가난과 굶주림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옥죄었다. 하지만, 언제나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한국인의 기질과 전 국민의 노력으로 우리는 전 세계를 놀라게할 정도로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러나, 앞만보고 달려온 우리는 경제성장에 걸맞는 국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스스로의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고, 최근 들어 '국격을 높이자'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2009년 6월, 국내 자동차등록대수는 1,700만대를 넘어서, 세계 14위의 자동차보유국이 되었으며, 필자가 몸담고 있는 자동차보험업도 꾸준히 성장하여 지난해 11조원을 돌파하는 등 국내 자동차보험시장의 규모는 전세계에서 9위에 위치할 만큼 크게 성장하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통문화나 운전습관은 과연 선진국 대열에 올랐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결론을 이야기하면, 외형성장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1만대당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110건으로 OECD 국가 평균보다 1.7배나 높아 1위라고 한다. 어린이 교통사고도 꾸준히 늘어나 2008년에 스쿨존에서 2,11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여 43명의 어린이가 사망하였는데 이 또한 OECD회원국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한편,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하는 보험범죄도 매우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보험업계와 경찰이 공동으로 적발한 자동차 보험사기에 의한 보험금 누수금액은 지난 2002년 411억원에서, 2004년 1,290억원, 2006년 1,780억, 2008년 2,549억원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보험사기의 은닉성을 감안한다면 실제 손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격적인 것은 다수의 보험상품에 가입한 후 자살하거나 가족을 살해하는 등 인륜을 저버리는 범죄행위에 보험이 악용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것은 보험범죄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계속 증가하는 보험범죄는 보험회사의 경영악화 및 국가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이로 인한 손실이 결국 선량한 다수의 보험계약자에게 전가되어 계약자의 보험료 부담을 높여 사회 전체적으로 피해가 확산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제는 교통문화나 운전습관도 우리가 이룬 경제성장에 걸맞는 국격을 갖춰야 할 때이다.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던 '빨리빨리'라는 말은 적어도 운전할 때는 잊어야 할 것이며, 자동차보험 사기는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 지라도 범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10년은, 대한민국의 교통문화가 지금보다 개선되어 국격을 한 차원 높이는 초석의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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