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대상 몰라 투자금 조달·강제청산 규제 등 난관
[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가 도입되지만 실패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빡빡한 규정 때문에 명확한 M&A 방향을 제시하기 힘들 뿐더러 투자 심리를 자극하지 못할 경우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금융위원회는 SPAC과 관련한 세부사항을 확정, 21일부터 개정안을 시행 중이다. 기업공개(IPO), 상장 규정과 코스피-코스닥 각 시장별로 형식적 요건 등을 명확화했으며 상장폐지 기준도 확정했다.
SPAC은 투자금을 모아 상장한 뒤 이를 바탕으로 기업을 인수, 여기서 얻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페이퍼컴퍼니다. 오로지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며 금융감독당국이 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즉시 상장폐지된다.
SPAC의 가장 큰 난관은 투심 자극이다. M&A를 목적으로 하지만 사실 초기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떤 기업을 인수-합병하게 되는지 알 수가 없다. 환경 관련 기업, 녹색 성장 기업 등 특정 업종만을 밝힐 수 있을 뿐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기업을 밝히게 되면 주가조종이나 사전접촉 등 역효과가 있을 수 있어 대상군만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묻지마 투자'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PAC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의 경우 설립 주체만을 보고 투자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모가격에 대한 논란도 있다. SPAC은 상장을 염두에 두고 설립되는 페이퍼컴퍼니이기 때문에 공모과정 등을 거쳐 증시에 상장된다. 그러나 액면가격을 얼마로 할지, 공모가격은 어떻게 정할지 등에 대한 규정은 없다. 설립주체가 자체적으로 논의해 정하면 된다. 공모가가 타당하냐 타당하지 않냐는 분석 자체가 불가능하다.
업계는 규모에 대한 규제에 대해서도 불만스럽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당국은 M&A 대상 기업의 가치는 예치(신탁) 자금의 80% 이상으로 제한했다. 예를 들어 1000억원을 모은 SPAC이라면 최소 800억원 규모 이상의 업체만 인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우량기업과의 합병을 유도키 위한 조건이라고는 하지만, 강소기업(작지만 강한 기업) 인수는 포기해야 한다.
3년 내 기업의 M&A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강제로 해산되는 규정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안요소다. 금융위에 따르면 실제 미국에서는 160여개의 SPAC 중 올해만 이미 30여개가 강제 청산됐다. 24개월 유지 규정을 뒀지만 지난해 금융위기로 M&A 시장 자체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원금의 일부를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시장에 적당한 매물이 없다면 그저 돈을 묵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우증권이 한화증권과 함께 1호 SPAC 설립 및 대표주관사 계약을 체결했고 동양종금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각각 SPAC 설립을 발표했다. 한국거래소 등은 이르면 내년 3월경 첫 SPAC이 상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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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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