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디플레, 자산 인플레 양극화 심화, 정부 레버리지 위험, 중국 충격 위험 대비해야
[아시아경제 김경진 기자] 일본 정부의 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니케이 1만선 회복 시도, 두바이에 이어 그리스 공포에도 개의치 않는 뉴욕증시, 11월27일 1500선 붕괴 위협에 심장을 철렁하게 만들더니 단 2주 만에 1630선까지 회복을 타진하고 있는 코스피.
산타랠리 기대가 없지 않다.
하지만 이미 고점에서 발을 뺀 헤지펀드 투자자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뉴욕 시리온 헤지펀드 메니저 다니엘 아베스 등 주요 헤지펀드 전문가들이 연말을 앞둔 지금 "글로벌 경제와 자본시장은 올해 '쉬운' 게임을 겨우 이겨냈을 뿐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스트 금융위기의 전형은 올해와 같은 장미빛이 될 수 없다는 경고다.
◆디레버리징에 실패한 자본시장, 정부실패에 대응할 준비됐나
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레버리지다.
올해 초 '디레버리지'가 화두였지만 정작 경제주체들의 레버리지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고 전이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의 근원이 주택시장과 모기지시장을 이용한 개개인의 레버리지 급증에서 파생된 것이어서 금융위기로부터의 근본적 탈출을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레버리지 축소가 필수적이지만, 전 세계가 금융위기로부터의 조기 극복 및 표면적 정상화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또 다른 경제주체인 정부의 레버리지가 급격히 팽창하는 것을 용인했다.
결국 달라진 것이 없다는 얘기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재정적자 국가들이 10월 3분기 GDP 깜짝 증가에 한숨 돌리는 듯 했으나 11월 수정 발표된 GDP가 줄줄이 시장예상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다' 'GDP도 주가에 연동할 뿐이다'는 우려만을 남겼다.
개인과 기업의 레버리지는 축소하는 대신 정부의 레버리지를 급격히 확대한 대가로 막대한 자본이득을 얻었지만 결과적으로 '거시경제적 불균형'만 키워놓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글로벌 자본시장이 더욱 어려운 난관에 봉착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국가의 정부가 올해만큼 돈을 쏟아 부을 여력이 없고 활용 가능한 대안을 레버리지 확대로 거의 상실했기에 올해보다 내년이 힘들 수밖에 없다.
◆디플레 위협받는 실물경제 vs 화폐 가치 하락에 따른 인플레
올 초 대다수 헤지펀드들이 인플레에 베팅했지만 내년에는 디플레와 인플레 모두를 염두에 둬야한다고 전한다.
G20를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쏟아 부은 거대 자금이 실물경제로 제대로 흘러들지 않고 투기 자본화 되어 또 다른 버블을 양산하는 등 엄연한 정책적 실수를 용인했기 때문이다.
이 실수로 인해 각국이 제대로 된 출구전략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두바이, 그리스, 스페인 등 디폴트 혹은 신용등급 강등의 위협에 처한 국가들이 잇따라 속출하며 자본시장을 위협하고 있어 인플레 상승에만 대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美 실업률이 10월 10.2%에서 11월 10%로 하락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주요 국가가 사상 최고 실업난을 경험하고 있고, 세금 감면 등 현금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진작은 커녕 저축율 상승을 유발하고 있어 실물경제 디플레 상황이 장기화 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 연착륙을 염려해 주요국가가 기준금리 인상, 세금 인상 등을 연기하고 있다.
오히려 양적완화를 지속 국채를 대거 발행하고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또다시 돈을 찍어내는 악순환을 반복해 화폐몰락에 대한 우려와 이에 따른 미국채와 달러에서의 이탈은 자산 인플레 상승을 지속하게 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 쌍둥이 엔진의 불균형
헤지펀드들의 중국 올인도 내년에는 불투명하다.
금융위기 전후를 막론하고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양대 엔진이 미국의 소비와 중국의 생산이지만, 위기를 거치면서 美 소비자들의 소비력은 약화된 반면 중국은 오히려 공격적으로 생산을 늘려 과잉생산의 덫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불균형 상황이 심화된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생산지향형 경제 발전이 은행권의 자금공급에 기초하고 있어 중국의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
만약 출구전략 시행과정에서 소비자 엔진 재점화에 실패한다면 이는 중국의 공급 위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다.
막연한 산타랠리 및 1월랠리에 대한 기대보다는 1300달러를 향해 질주하던 금값이 1100달러대로 고꾸라지고, 83달러 부근까지 치솟던 국제유가가 70달러 지지에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 골드만삭스 등 주요 美 금융주들의 주가도 10월 반등 이후 눈에 띄는 회복을 만들지 못한 채 추가 하락 가능성에 노출된 상황의 의미를 되짚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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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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