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임진왜란이 다시 반발 한 느낌...우리 선배들이 원망스러웠다"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과거 임진왜란 당시 부산 앞바다에 큰 해적인 일본 병사가 쳐들어 온 것 같은 심정이다. 황량한 바람이 불고 있는데 아무도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여러분과 고생을 해야겠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다. 우리 선배들이 원망스럽다."
지난해 9월 리먼 사태가 터지고 해외 외평채 발행해 실패하고 돌아온 기획재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국제 금융국 직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이후 절반정도를 해외에서 생활했다. 외화조달을 위해서 해외 IR, 통화스와프 요청, 국제회의 등을 다니면서 많은 굴욕감, 비굴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현재 우리경제의 회복속도는 IMF, WB(세계은행) 등 유수의 국제금융기구들이 수차례 조정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정도로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우리 정부조차도 예상보다 빠른 경기회복세에 내심 놀라워하며 올 4분기 GDP가 위기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신속하게 ‘확장적’ 재정정책을 펼치며 경기부양에 나섰던 것이 주효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리먼 사태이후 412억 달러가 한꺼번에 주식시장에 빠져나가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최고점에 달했을 당시 한미통화스와프가 성사되면서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안정화됐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한·미간에 체결된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협정을 성사시킨 주역이었던 그는 당시 통화스와프가 마치 안보차원의 주한미군 주둔효과와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스와프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통화 스와프를 맺는 게 좋다’는 논리를 내세워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우리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취약한 외환관리 시스템이 상당한 원인이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솔직히 외환관리 시스템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소규모의 개방경제, 천연자원의 빈약 등 우리나라의 취약한 경제구조 상 숙명적 문제“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렇다고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거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국부를 축적하고 있어야만 외국의 투기적인 거래가 있든 없든 흔들림이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은행이니까 투자이고, 헤지 펀드이니까 투기라는 식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했다. 우리한테 ‘먹을 게’있으니까 들어오는 것일 뿐이라며 국제금융에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제일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펀더멘털’을 개선해야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흑자구조가 지속되지 않은 한 자본거래는 통화스와프를 하든 자본거래를 하든 주식거래를 하든 채권시장에서 돈을 끌어오든 어차피 빚일 수 밖에 없다는 것.
언젠가는 우리가 갚아야 할 돈인 셈이다. 우리가 마이너스 통장을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언젠가는 메워야 되는 돈과 마찬가지다.
그는 또한 거래되는 자금의 질을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은 자금, 나쁜 자금 구별 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장기적인 자금쪽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외화부분에서 예대율이 1000%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안정적 자금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과 통화스와프, 일본, 중국과의 통화스와프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국부를 축적하는 방법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서 외환보유고를 꾸준히 쌓아가는 방법만이 국제금융에서 위험성을 줄여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나중에 자연스럽게 원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것은 장기적인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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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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